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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령 박천순 Nov 09. 2022

그곳

그곳 /이령


슬픔을 키우는 지점이 있다. 그곳이 끼어든다. 깨어난 슬픔을 누구에게나 내보이는 바다가 있고 골목이 있고 때론 하늘이 있다

출구를 나서면 드러나는 방향이 모두 지상으로 향하는 건 아니다. 다시 지하로 흘러드는 오류

아침을 잃어버린 꿈들이 신발 속에 누워있고
핑크빛 속삭임이 끈 떨어진 가방 속에 던져졌다

골목에 고인 아우성이 전파된다. 걷잡을 수 없는 틈새를 겨우 밀봉해놓고 돌아선다. 발바닥이 뜨겁다. 오랫동안 도망쳤는데 그 자리인 장소가 있다. 저절로 열리는 것들은 경계를 모른다

지난밤 길 밖의 길이 된 지점에서 슬픔이 무한대로 쏟아진다

떠나지 못하는 영혼과 돌아서지 못하는 발길들, 만추의 햇살도 눅눅하다

누가 말을 지웠는가? 숨을 지웠는가, 빛을 지웠는가?
 
슬픔이 돌아온 자리
너무 희거나 너무 붉거나
말라서 버석거리는

 
*2022. 10. 29. pm10:15분경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희상자를 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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