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령 박천순 Feb 11. 2023

슬도

슬도*


슬도는 가장 슬픈 섬이다
단단한 돌조차
구멍 난 가슴에
소금꽃을 피운다

제 그림자마저 바다에 빠뜨리고
귀신고래도 순하게 품어주는데
짜디짠 소금꽃은 왜 피어
저 가슴 버석거리기만 할까

아흔아홉 구비 파도가 밀려오고
살아있음이 고통이어도
뚫어진 가슴은 거문고를 켠다

통곡을 희열이라 읽으며
여섯 겹 저며진 마음 다독이는 어미

저만치 달려오는 널 볼 수 있다면

피가 돌지 않는 발등에
아득한 눈빛
등대 하나 키우고 있다

네가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마음을 잃을 때

저 가슴 검은 어미 노래
들어볼 일이다

 
*울산 동구에 위치한 섬으로 ‘갯바람과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 거문고 소
리가 난다’하여 슬도(瑟島)라 한다


ㅡ시집 [나무에 손바닥을 대본다] 중

작가의 이전글 완경, 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