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가’ 이루는 데 몇 년 걸릴까?
커피를 마시며 스마트폰으로 '네이버 부동산'을 뒤적거리던 친구가 의외라는 듯 던진 말입니다.
어디에 있는 집이 얼마나 싸길래 그러나... 들여다봤더니 서울 청담동 한 아파트였습니다.
31평인데 가격이 무려 25억 7천만 원!
그런데 주변 다른 집들을 보니까, 저 역시 '어! 정말 싸네~'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비슷한 평수 다른 아파트들은 50억, 60억이 많았고 심지어 70억 짜리도 있었습니다. 50억 원 이상의 집들 사이에서 25억 원짜리를 발견하니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졌습니다.
웃음 섞인 저의 이 말을 끝으로 부동산 시세 대화는 끝났고, 친구는 네이버 지도 아파트 가격 표시를 다른 지역으로 넘겨버렸습니다.
'수도권, 특히 서울 집값' 하면 다들 먼저 내놓는 반응이 "미쳤다"입니다.
새 정부가 잇따라 강한 대책을 내놓았지만 주택 가격은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오릅니다.
두더지 잡기' 게임기처럼 여기를 찍어 누르면 저기가 오르고, 저기를 내리면 또 다른 곳이 오르는 식입니다.
어떤 사람은 50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전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떤 30대는 집은 어찌어찌 마련했지만 작은 방 하나 정도 빼고는 '사실상 은행 소유'라서 소득의 상당액을 대출 이자 갚는 데에 쏟아붓고 있습니다.
반면에 어떤 연예인이 서울 강남 어디 아파트를 4년 만에 차익 20억 원 남기고 팔았다거나, 어느 정치인은 집이 여러 채여서 의심을 받고 있다거나 하는 식의 기사들이 자주 보도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서울 아파트값을 중심으로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2025년 9월에는 이런 기사도 보도됐습니다.
지난해인 2024년 2분기 때도 슈바베 지수가 역대 최고인 12.10을 기록했는데, 올해 2분기에는 전체 가구의 슈바베 지수가 이보다 0.12포인트 올라, 슈바베 지수가 처음 조사된 이후 다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는 내용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수록 슈바베 지수도 올라간다는 설명도 함께 전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겐 생소한 말이었습니다. 집값과 관련 있어 보이긴 하는데 슈바베 지수는 무엇일까요?
독일의 경제학자 헤르만 슈바베(Herman Schwabe)가 처음으로 제시한 지표인데, 슈바베 지수(Schwabe Index)를 경제사전식으로,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가계의 총 소비지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율'입니다.
쉽게 말하면, '한 개인이 일정 기간 벌어들인 돈에서 집과 관련해 쓰는 돈은 얼마만큼 차지하는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슈바베 지수가 높을수록 가계에서 주거비 부담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죠.
한 달에 백만 원을 버는 사람이 전세나 월세, 또는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이나 아파트 관리비, 연료비, 재산세 등에 50만 원을 썼다면 슈바베 지수는 50%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소비 지출에서 식품비, '먹는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는 엥겔 지수(Engel's Coefficient)처럼 가계의 실질적인 생활 수준을 가늠하는 데 활용됩니다.
한 사회의 '빈곤의 척도'를 수치화하는 여러 지수 중 하나입니다.
슈바베 지수가 25%를 넘으면 빈곤층으로 분류됩니다.
번 돈을 주거비에 쓰느라 돈이 별로 없는 것이죠.
몇몇 나라들은 슈바베 지수가 25%를 초과하면 '주거비 과부담 가구'로 분류해 별도로 관리합니다.
미국의 경우, 주거비 과부담 가구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주택 정책을 세우는데 슈바베 지수를 참고는 하고 있지만, 이 지수에 따른 직접적인 정책은 아직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슈바베 지수는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질 소득은 늘지 않거나 오히려 감소하는데, 집값이 오르면서 대출이 늘고, 전·월세도 인상되고, 아파트 관리비도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슈바베 지수를 전체 가구가 아닌 소득계층에 따라 별도로 측정하면 계층에 따라 양상이 크게 달라집니다.
'소득 1분위' 등 저소득층의 슈바베 지수가 눈에 띄게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겁니다. 고소득층은 오히려 낮아지는 양상입니다.
여기서 '슈바베 지수'와 늘 함께 설명되는 '슈바베 법칙'이 등장합니다.
슈바베 법칙은 슈바베 지수와 소득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경제 이론입니다.
소득이 낮은 가정일수록 총 소비 지출에서 주거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반대로 소득이 높은 가정일수록 주거비 비중이 낮아진다는 이론이 바로 슈바베 법칙입니다.
가난할수록 슈바베 지수가 높아지고 부자일수록 낮아진다는 말입니다.
헤르만 슈바베가 슈바베 지수와 법칙을 제시한 건 1868년입니다.
저 먼 나라의 150여 년 경제 이론이 지금 대한민국 수많은 이들의 보금자리 위를 지배하고 있는 겁니다.
이 글을 막 마치려고 하는데, 방금 보도된 기사 하나가 눈에 띄네요.
정부 기관이 통계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서 내집을 마련하려면 14년 동안 월급을 단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14년 동안 월급을 한 푼도 안써야 집을 산다면, 생활비를 어느 정도 쓸 경우엔 대체 몇 년을 모아야만 하는 할까요?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