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것이 선물이요?"
크리스마스에는 수많은 선물이 오갑니다.
가족끼리 주고받고 연인끼리 주고받습니다.
부모들은 어린 자녀에게 산타 대신 건넬 선물을 삽니다.
온갖 선물들로 가득 채워지는 크리스마스만 되면, 저는 좀 엉뚱하지만 왕년의 '개그콘서트'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한때 일요일 밤마다 웃음을 안겨준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에서 어느 날 이런 에피소드가 나왔습니다.
개그맨 한민관이 무대에 등장해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훌륭한 선물은 바로 너 자신이다."
그러면서 손거울을 잠시 들여다본 뒤, 한숨을 쉬고는 하늘을 바라보며 이렇게 한탄합니다.
"아니, 요거이 선물이요? 뭔 선물이 이래~?"
곧바로 김재욱이라는 개그맨(얼굴이 꽤 큰 편이다)이 음악과 함께 등장합니다.
이어 손으로 자신의 얼굴 주위을 한바퀴 크게 그리며 자신의 얼굴 사이즈를 강조한 뒤 이렇게 말합니다.
'너 자신'이라는 선물은 신이 준 것이 아니라 부모가 준 것입니다.
그리고 부모 역시 '부모 자신'은 조부모에게 받은 선물입니다.
결국 선물은 '유전자의 흐름' 일뿐, 선물이 아닙니다.
선물은 누군가가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골라서 의도, 내지는 의지를 갖고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유전자는 '누군가'라는 주체가 없고 '고르는' 행위도 없고 '주겠다는 의도나 의지'도 없습니다.
다시 말해 부모나 조부모, 그리고 그 윗 세대도 자식에게 건넬 선물을 고르고 포장할 능력이 없습니다. 아니, 선택권 자체가 없는 거죠.
우리도 마찬가지로 우리 자식에게 '좋은 선물'을 주고 싶어도 '외형'은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것입니다.
실제로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유전자는 '의지'라는 개념 자체가 없습니다.
리차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내용처럼 유전자는 자기의 대물림을 향해서 움직이지만, 그 움직임엔 '이렇게 해야지' 하는 의식이나 의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거죠. 그냥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의식이 없는 만큼 유전자엔 옳고 그름이나 정답도 없습니다.
따라서 외형, 또는 외모에도 맞고 틀림이나 정답이 없습니다. 그저 다양한 것입니다.
과연 '선물이란 무엇인가' 라는 관점에서 보면 선물은 '일방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느낍니다.
"요것이 선물이냐"는 한민관의 원망처럼 일방적인 선물은 역효과도 낳을 수 있습니다.
받는 사람의 입장이나 상황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야 가치 있는 선물이 될 것입니다.
누군가에겐 필요 없는 선물도 있을 테고 오히려 처치 곤란하거나 불쾌한 선물도 있을테니까요.
원하지 않는 선물은 되레 조롱이나 불편함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또 어떤 경우에는 절대 줘서는 안 될 선물도 있습니다.
2016년,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 관리소장이 이 아파트 주민들로부터 선물 받은 '치약'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 거리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특정 회사 치약 제품들에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였는데, 주민이 선물한 치약이 바로 그 제품들, '메디안 치약'이었기 때문이죠.
'버리기 아까우니 관리사무소에나 갖다주자' 이런 의도였나 봅니다.
처치 곤란한 것들을 선물로 위장해 남에게 주는 건 못된 행위입니다. 치약을 떠넘긴 주민들의 행태에 대해 당시 '참 못된 사람들'이라는 반응이 잇따랐습니다.
물론 상대방에게 해롭거나, 상대방이 싫어할 수 있다는 걸 전혀 모른 채 무언가를 선물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몰랐다는 걸 이해하더라도 받는 사람에게 되레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선물이 되레 매우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게 되는 거죠.
선물은 받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것이어야 가장 바람직할 겁니다. 필요하진 않았지만, 받고 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어야겠죠.
자기가 필요 없어서 남에게 주는 것은 선물이 아니라 '무시함' 이거나 '약올림' 입니다.
선물이 때로는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강아지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면 절대 안 되는 것 처럼!
그래서 선물은 주는 사람의 감정만 작용해 '일방적으로 건네지는 것'이 아니어야 합니다.
받는 사람의 상황과 감정을 미리 살핀 후 전달돼야 선물의 의미가 채워질 겁니다.
만일 '너 자신'이 신이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한다면, 신께서도 어느 정도 받는 사람의 의사나 취향을 조금은 파악하고 주시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갑자기 옛날 개그콘서트 기억이 떠올라서 좀 억지스러운 생각 좀 늘어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