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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노는 사람 놀리지 마라

by 소주인

나는 못 놀아서 한이 맺힌 사람이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인데, 1. 10시만 되면 잠이 온다. 2. 술에 약하다. 3. 집이 경기도이다. 4. 겁이 많다. 이렇게 네 가지로 압축해볼 수 있겠다. 이 중에서 가장 큰게 몸이 안 따라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막 대학에 들어갔을 때 OT, MT를 갔어도 10시면 잠들어서 놀지를 못했다. 장점이 있다면 베개와 이불을 모두 확보할 수 있었다는 것, 다음날 아침에 덜 괴로웠다는 것 정도일까...꿈결같이 경마게임 소리가 들려오지만 도무지 취기와 잠을 이길 수 없던 나날들이여.



진주에 방문한 금난수는 정무중과 함께 진주 향교에 교수로 있는 정탁을 만나러 갔다. 정탁이 마침 좋은 술이 있다며 술을 내 왔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결국 다른 곳에 갈 수가 없어 그대로 향교에서 자게 되었다. 날이 밝자 금난수는 정탁을 깨워 촉석루에 가자고 채근하였다. 하지만 정탁은 전날 과음한 탓인지 몸이 불편하다고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내 그 상태 잘 알지)


결국 금난수는 홀로 촉석루로 향했는데, 남강의 푸르름을 즐기는 데 혼자서는 영 흥이 나질 않을 것 같아 진주 기생 너덧을 촉석루로 불렀다. 노래와 술, 어여쁜 기생들이 함께하니 해가 지는 줄도 모를 정도였다. 이에 향교에 머물러 있던 정탁은 어찌하여 돌아올 줄을 모르냐며 사람을 보내 불렀다. 금난수는 촉석루의 서쪽 방에서 자겠다고 심부름꾼에게 말을 전하게 했다. 잠시 후, 금난수가 정탁에게 보냈던 심부름꾼이 다시 돌아와 정탁의 시를 전하였다.


그대 항아 같은 기생과 짝을 지어 知君領得素娥雙

술 싣고 누각에 올라 푸른 강을 굽어보겠네 載酒登樓俯碧江

골골 앓는 사마장경은 소일거리 없어 多病長卿無一事

한낱 시와 글씨로 어둑한 창가에서 읊조릴 뿐이네 只將詩筆咏幽牕


술병이 나서 향교에서 글이나 읽으며 시간을 보낸 정탁이 질투의 시를 지어 보낸 것이었다.(내 그 마음 잘 알지) 너 좋은데서 기생이랑 술먹고 놀아서 좋겠다...

이에 금난수는 정탁을 놀리듯 차운하여 시를 지어 보냈다. 정탁이 만일 같이 왔더라면 기생과 짝하여 노는 것보다 더 즐거워서 술에 만취하여 강이 거꾸로 흐르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란 내용이었다. 너도 오지 그랬어~


첫째가는 누각에서 그대와 짝하였더라면 第一樓中鄭我雙

거나한 봄 술에 청강이 거꾸로 흘렀으리 滿盃春酒倒菁江

이 가운데 풍류 거리 있음을 알겠으니 箇中領得風流事

물빛과 산 빛이 푸른 창에 어른거리네 水色山光映碧牕


시를 받아볼 정탁의 얼굴을 생각하며 금난수는 술 취해 붉어진 만면에 미소를 띄웠다.(나쁜놈)




1561년(명종 16) -금난수 32세



2월 9일

정무중鄭茂仲과 함께 말고삐를 나란히 하여 진주 향교에 가서 정자정鄭子精을 만났다. 정자정이 술을 대접하였다. 그대로 향교에서 잤다.



2월 10일

촉석루를 보러갔다. 정자정은 몸이 불편하여 가지 않았다. 기생 너덧을 불러 실컷 즐기다 보니 해가 지는 줄도 몰랐다. 정자정이 거듭 사람을 보내어 불렀으나 가지 않고 누각의 서쪽 방에서 잤다. 정자정이 시를 지어 보냈다.


그대 항아 같은 기생과 짝을 지어 知君領得素娥雙

술 싣고 누각에 올라 푸른 강을 굽어보겠네 載酒登樓俯碧江

골골 앓는 사마장경은 소일거리 없어 多病長卿無一事

한낱 시와 글씨로 어둑한 창가에서 읊조릴 뿐이네 只將詩筆咏幽牕


차운하였다.


첫째가는 누각에서 그대와 짝하였더라면 第一樓中鄭我雙

거나한 봄 술에 청강이 거꾸로 흘렀으리 滿盃春酒倒菁江

이 가운데 풍류 거리 있음을 알겠으니 箇中領得風流事

물빛과 산 빛이 푸른 창에 어른거리네 水色山光映碧牕


이날 저녁에 단성丹城 사람이 와서 고을 수령의 편지를 전해주었다. 숙부께서 병세가 평상시처럼 회복되셔서 서둘러 돌아오실 예정인데, 내일 관아에 당도하신다고 하기 때문에 청도淸道로 가는 걸음을 정지하였다.






http://story.ugyo.net/front/sub01/sub0103.do?chkId=S_KYH_8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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