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글 1

롤러코스터에 관한 단상

by 우물 안 개구리





처음 시작해 볼 주제는 롤러코스터다.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고 사람을 거꾸로 뒤집어 흔드는 명실상부 놀이동산의 대표 기구다. 겁이 많은 사람은 올려다보는 것만으로 끔찍하고, 비위가 약한 사람은 속까지 뒤집히는 경험을 한다. 어릴 적 놀이동산에 가면 소위 말하는 '뽕을 뽑기' 위해 가장 많이 탔고, 제일 좋아했던 기구였다. 그러나 몇 해전, 근 10년 만에 다시 탄 롤러코스터는 그리 좋은 추억을 남기지 못했다. 앉자마자 땅이 꺼지고 질주하는 도중에는 발이 하늘 위로 대롱대롱 거리는 그런 건, 심장에도 좋지 않았다. 즐기기엔 너무 나이 들어버렸나...?


이에 대한 생각이 바뀐 건 작년 10월이었다. 평소처럼 동생과 열띤 토론 중이었다. 우리는 '게으른 완벽주의'에 관해서 '게으름'과 '완벽주의'라는 모순적인 개념이 과연 양립가능한 것인지를 시작으로 열심히 떠들다가, 엉뚱하게 완벽주의를 타파할 방법을 골몰하기에 이르렀다.


요는 다음과 같다. 완벽주의를 부수기 위해서는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함을 철저하게—혹은 처절하게— 느껴야 하는데, 여기에는 심리적 충격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자극도 수반되어야 했다. 심리적인 것이야 언제든 부딪치는 벽이 있으니 그때마다 마음을 잘 다스리면 된다지만, 문제는 외부 충격이었다.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고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흘러가야 하며, 무력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걸 찾기가 꽤나 까다로웠다. 그러다 마지막 롤러코스터의 끔찍한 추억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우리는 얼마 후 경주로 향했다.


우리 목표는 경주월드 드라켄이었다. 여타 롤러코스터와 다르게 빠른 속도로 상승해서 90도로 떨어지기 직전, 그보다 살짝 기울인 채로 2-3초간 탑승자들이 공중에 떠있도록 하는 게 핵심인 어트랙션이다. 그 순간 몸이 지탱하고 있는 건 살짝 밀리는 안전바가 전부라는 게 사람을 미치게 한다. 혹여라도 잘못되어 벗겨지면 하늘 위로 날아가버릴 수도, 그래서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걸 깨닫는다. 그럼에도 벗어나지도, 도망치지도 못한다. 어찌 손 쓸 바 없이 두려움에 삼켜지는 자신을 그대로 지켜봐야 했다. 거기까지 다다르자, 이왕 이렇게 된 거 받아들이자 싶었다. 양손을 번쩍 들고 날아가든 말든, 하늘과 하이파이브하건 말건 아무렇게나 될 대로 되라는 게 좀 더 솔직한 마음이었다.


이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하는 경험은 새로운 나를 마주하게 했다. 내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이 언제고 튀어나올 수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게 그 첫걸음이었다. '그래도...'하고 고민할 때마다 손가락 사이를 가로지르던 바람과 함께 떨어지는 기억을 더듬어본다. '야, 야, 정신 차려.' 하며 마음을 다 잡는다. 그럼에도 시간이 흘러 기억이 흐려지고, 스멀스멀 고집불통으로 돌아올 때쯤엔 다시 나를 그 앞에 데려다 놓을 생각이다. '이래도 또 그럴래?'하고 자문하며.





덧) 드라켄은 타고 나서 다리가 후들거려 둘다 사진을 찍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아쉽지만 사진은 유일하게 남긴 스콜 앤 하티로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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