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by 우물 안 개구리


고백건대 내 안에 수많은 모순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운명’과 ‘사랑’이었다. 운명은 믿지만, 사랑은 믿지 않는다. 그렇기에, 적어도 나한테 만큼은 운명적 사랑이 존재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사람만 선명하고 주위를 둘러싼 모든 것이 페이드 아웃되는 현상이라니. 너무 달달하다 못해 치사량 수준이라고 여겼다. 혹은 쌍방이 아니더라도 항상 응원하며 그 사람의 안녕을 비는 순애보도. 그러나 세상에 갖가지 말도 안 되는 것들이 생겨나고 쏟아지는 오늘날, 온 우주가 빌어주는 사랑도 하나쯤은 존재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 가사처럼 팍팍하다 못해 사랑이 멸종 위기에 놓인 지금, 진짜 사랑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짤막하게 소개하고 싶은 건 시인이자 극작가인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다. 우리나라에선 김남주 시인이 옥중에 교도관의 도움으로 번역한 저항시인들의 작품을 모아서 출간한 책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이다. 잔혹한 독재 정권의 탄압 아래에서 자유를 외쳤던 시대정신이 녹아 있는 모음집이라 본래 의미와 의도는 좀 다르겠지만, 내가 본 첫인상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정의한 시였다. 나만 그런가 해서 여기저기 뒤져보다가 ‘좋아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책이라 기대된다’는 누군가의 리뷰가 있길래 슬쩍 용기 내어 올려 본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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