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세월유감

연말이  다가온다

ᆢ자연이란 시공간의 스케일에서 인생의 덧없음 같은 정신적 사치는 급속히 사라지는 기분이다.ᆢ


벌써 올해도 연말이  가까워 온다. 놀이공원에  X-mas 등 장식도 출현했다. 나이 들수록 세월의 빠른 흐름을 느낀다고 하는데 남 예기가 아니다.


한해의 석양을 맞으려 하"어릴 때는 그리도 느리게 가던 세월인데 너는 왜 그리도 빠르니 " 하던 유행가 가사가 문득 떠오른다.


빠른 세월의 흐름이 느껴질 때면 나는 산을 오르고 계곡을 찾는다.

이번에도  동강을 찾아왔다.

영겁의 세월이 만들어 놓은 대자연을 느끼기 위해서다.

그러면 세월을 논함에 있어 뭔가 겸손 해지고 위안이 되는 것 같다.


요즘 나는 자연과학세상에 흠뻑 빠져 있다.  

나의 그것에 대한 관심은 최근 일만은 아니다. 십 대 시절 중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서실 사서보조일 때 자연과학 책들을 문고판부터 모두 독파한 전력이 있다.

그것에 대한 심취는 아쉽게도 그때뿐이었다.

고교시절  은사님의 말 한마디에 사회과학으로  진로를 택하는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이제와서는 노스탤지어 같은 자연과학세상에 이끌리는 기분이다.

 육중한 바위하나 돌하나 또는 구불구불 실개천을 보더라도 그것들이 부동의 무형물로 보이지 않는다.


 수백만 년, 수억 년의 세월을 두고 겪어온 그 모습의 변화가 충분히 느껴지기 때문이다. 다만  인간이나  유기생명체만큼 변화가 빠르지 않을 따름이다.

눈앞의 모든 자연의 실체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임은  자연과학의 힘인 듯하다.


한편 우리 인생사는 짧기만 하다. 인생 백세시대라지만 그 자체의  짧은 삶도 고행에 비유된다.

또한 인생은 소란스럽고 복잡하고 현란하게 묘사되기까지 다.

하지만 일련의 정신적 관계와  상징세계에 불과한 무형의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자연 앞에서  더 그렇게 느껴짐은

이유가  있다,


 그 시간적, 공간적 스케일에 압도당하기 때문이다.

발아래 먼지가 굳어져 바위가 되고  솟아올라 태산이 됨에는 천만년의  시간 사이클이란다.


그뿐만이 아니다. 1년에 손톱만큼씩 이동하는  6대주의 대륙이 1억 년이 지나면 수천 킬로 대양으로 갈라진다.

그동안 이렇게 지상의 대양과 대륙이 적어도 몇 번은 뭉치고 갈라짐을 반복했다고 한다.


 그 천문학적 시간에 압도되어 숨이 막힐 지경이다.

여기서 우리네 인생을 언급하자니 그 촌음 같은 미미함에 할 말을 잊게 만든다.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갈까에 대한 궁금증은 너무도 소박한 화두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수십억 년 전 출현한 박테리아의  한 종류가  있다. 다른 세포 내  미소기관으로 이주한 *미토.이다. 세포 내 힘과 에너지의 원천, 바로 그것이다.


현생인류의 몸속에서도 그때 그 모습대로 들어와 공생하며 작동한다니 놀랍다.

 모계 유전자를 통하여 후대에 면면히 전달되어 왔으니

수십억 년 생명의 지난한 연속성이 경이롭기만 하다.


이렇게 자연과학을 새롭게  다시  접하면서 수천, 수억 년 동안 이 땅의 변화와  거시 우주를 알아가고 있다..

이러한 시공간의 스케일에서 인생의 덧없음 같은 정신적 사치는 급속히 사라지는 기분이다.


*미토콘드리아  : 태초에는 독립된 박테리아였는데

생물의 세포 내로 들어와 공생하는 주요 미소기관이다.

작가의 이전글 나무의사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