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줄거리 요약 -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밤놀읏 아래 홍제원 일대에 시신 한 구가 발견됐다.
서릿바람 위 아무도 그의 죽음에 의심을 건넬 수 없을 만큼 확실하고도 선명한 긴 자상이 남자의 가슴를 타고 내려왔으며, 수많은 죽음을 바라본 조경호 또한 덤덤히 그의 죽음에 대해 예상 가능했다.
다른 어떠한 상처도 없이 조흔 하나로만 내부 장기까지 손상된 만식이란 자의 시체는 모든 사람이 하나같이 호랑이의 짓이라고 척언하였다.
공포가 드리워진 눈그늘 너머 텅 빈 동공은 죽음의 단조로움을 보여주었고 상체 위로 남겨진 악랄한 상처는 비통한 죽음을 상상케 만들었다.
사람들은 그것을 멧돼지 잡을 힘도 없는 늙고 병든 호랑이가 사람잡이 한 것이라고 침을 튀기며 남발하였다.
누구보다 무서울 것이 없는 짐승,
그러나 일변으로는 범사냥꾼들이 사람들 안위를 핑계로 가죽을 얻고자 무차별적 사냥질을 하기에 그들의 삶이 순연히 부러운 것만은 아니었다.
그들은 저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독로한 몸으로 사냥질할 힘도 없어 짐승보단 약한 인간을 잡아먹으러 산을 내려온다.
굶어 죽느냐 사냥꾼에게 죽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병든 삶이 그들의 삶이었다.
또한 이 책의 주인공 조경호는 너무나도 깔끔히 죽은 시체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껴 아는 범사냥꾼의 조언을 얻고자 주변 노인에게 시체를 보관해 달라 부탁한 뒤 급히 떠난다.
하지만 노인은 이를 거부하고 몰래 묻어버리는데,
창귀(호랑이에게 잡아먹힌 사람귀신)가 된 만식의 혼이 마을을 떠돌아다닐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튿날 춘식이란 자가 또 한 번 살해를 당하니 조경호는 호랑이 전문 경난꾼이었던 석남을 데려와 정말 호랑이가 살해한 것이 맞는지 물어본다.
그러자 석남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곤, "짐승은 이유 없이 사람을 해치지 않아." 그게 사람과 짐승의 차이야. 란 단호한 말을 건넨다.
처음 읽을 땐 이게 뭔가 싶었지만 읽을수록 흡입력 있는 문체와 간결하고도 서늘한 내막으로,
조사자 조경호와 함께 실상을 풀어헤치는 방계 인물이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점점 더워지는 5월경 여름밤에 읽으면 읽는 내내 간담이 서늘해져
자연스레 소만 추위가 느껴지게 되는 소설책이랄까...
특히나 마지막 석남의 말을 기점으로 이야기의 스토리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지니 그 속말까지 읽고 나면 석남의 말이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나 결말은 또 한 번 뒤집혀 어째 다 읽었는데 다 읽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울한 안갯속을 거닐고 있는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 하며,
두세 번 꼬아진 내막과 각종 한국 야화의 판타지적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일상 전환 겸 달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The Man in Black - Oh Yoonhee
본문 미리 보기 사진 - 한영수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