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6
폭풍같았던 그 시절을 단순히 호르몬으로 치부하는 건 무책임하게 느낀다.
나는 끝없이 혼란스러웠고 끝없이 절망했다.
불행한 사람은 자신의 불행이 더 최악일 때 위로를 받는다.
부모님의 이혼, 압류 딱지 등 당시 불행을 갈구하던 내게 좋은 소재는 참 많았다.
나는 그 위로를 즐겼던 것 같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억지로 끄집어낸 불행으로 자신을 가엾게 여기면 위로 받는 느낌이었나보다.
누구도 알려주진 않았다.
그 혼돈의 시기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생활을 하는지.
나는 저 심연의 어둠에서 그 어둠을 점차 적응하는 것이 옳았다고 믿었다.
사춘기여서 불행하였는지, 불행한 시기에 사춘기가 온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다시 기억하는 나의 사춘기는 온통 어둡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