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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Oct 27. 2021

안부

D+7

나의 단점 중 하나는 관계에 대한 무심함이다. 살면서 사람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는 말에 동의하면서도 관계 형성에 노력을 기울이지는 않는다. 내가 맺는 관계는 대충 이런 식이다. 필요하거나 생각나면 뜬금없이 연락한다. 그리고는 내가 필요한 말을 하고는 끊는다. 반대로 상대의 연락에는 시큰둥하다. 건성건성 대답하다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없으면 금새 지루해하고 재빨리 연락을 마무리한다. 타인과의 관계는 늘 상대적이다. 내 감정은 아직 그와 긴밀한 듯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의 관계 형성은 아주 이기적이다.


평소에도 지인을 잘 챙기기 위해 시도한 것이 '안부 묻기'이다. 문제는 마음의 움직임이 없는 상태에서 하다보니 진심도 없고 내용도 없다. 게다가 상대는 원래의 내 패턴을 벗어난 특이한 시도에 당황하거나 숨겨진 의도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의심을 하기도 한다.


경상도 남자. 장손. 형제. 내 주변 환경을 보니 무뚝뚝하기 참 좋은 환경이다. 어린 시절부터 살가운 가족애는 보기 힘들었다. 시선을 마주치며 이야기하는 것도 없어서 난 아직도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다.


결심을 한 것은 며칠전이었다. 아내는 왜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자녀 교육에 악영향은 물론이고 그러한 정서를 이해못하겠다는 설명이었다. 난 참 무심한 아들이었다. 그러고보니 너무 당연해선 안되는 것을 당연시했다. 이제는 매일 애를 봐주러 오는 어머니에게 인사를 꼬박꼬박 한다. 주말이면 별 일이 없는지 안부를 묻기도 한다. 어색함이 쉬이 가지는 않지만, 유한한 우리의 삶을 고려한다면 후회할 일을 굳이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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