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우 Mar 28. 2018

전원생활 상담소

마냥 환상스럽지만은 않아. 잘 생각해.

나무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 늦은 밤 풀벌레 소리. 비온 뒤 흙냄새. 비에 젖은 싱그러운 앞마당. 전원생활의 이유를 나열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릴 적 시골에서 느꼈던 좋은 기억을 내 아이도 느꼈으면 하는 바램이 전원생활의 동기가 되었다. 나이에 비해 상당히 이른 전원생활이지만, 어렵게 아내를 설득해냈고 만족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도시보다 시골이 더 살기 힘들다. 동의하기 힘든 명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전원생활에 대한 로망은 누구나 있지만, 그건 결혼식이 예뻐서 결혼을 하는 것처럼 위험하다. 이사를 하는 순간부터 '이방인'으로 시작이 된다. 그리고 그 마을의 공동체 의식을 인지하고 준수하지 않으면 꽤 많은 불편이 시작된다. 텃세라고 할 법한 고의와 선한 동기에서 시작되는 관심까지도 전원생활은 만만치 않다. 이웃끼리 정겹게 인사를 하고 사람 간의 온정이 있는 곳을 왜그리 표현하냐고 의아해할지 모르겠다. 옆집에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는 듯한 각박한 도시생활보다 훨씬 낫지 않냐고 물을 것이다. 나는 되묻고 싶다. 그런 도시 생활이 오히려 살아가기에 더 적합하지 않은가? 개인적 성향도 한 몫하겠지만, 내가 꿈꾸는 전원생활은 자연을 만끽하여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는 것이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간혹 이 사람들은 내가 집 밖을 나오기만을 기다린 것이 아닐까하는 의심도 한다.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대부분 자체적인 해결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아파트처럼 관리실이 없다. 자잘한 고장부터 수리는 스스로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을 불러서 해도 된다. 다만 매번 그 비용을 지불하기에는 꽤 크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처음에 이사왔을 때 인터넷이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배달 음식은 오지 않아서 아내가 주문하고 내가 배달하는 셈이다. 도시 가스가 없다. 가스도 배달을 해야하고 기름 보일러를 운용해야 한다. 무엇이든 쉬운 것만은 없다. 전원생활은 도시 생활보다 힘들다. 구름이 참 느리게 지나간다. 뉘엿뉘엿.

매거진의 이전글 비가 오는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