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닮은 집

자라서 집이 되는 나무

by 시우

내가 그 곳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본 것이 바로 그 나무집이었어. 나무에 대해 내가 박식하게 아는 게 아니라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활엽수이고 어느 정도 자라기까지는 물을 줘야한다는 사실 밖에 몰라. 하지만 그 나무는 정말이지 특별했어. 너무 흥분되어서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할지 모르겠어. 어디보자. 음.


처음은 그냥 동화속에 나오는 나무집 같았어. 복층 구조였어. 주방 옆 계단이 윗층으로 이어졌고 거기엔 그 집 꼬맹이가 잠자는 곳이었어. 그런데 계단이 약간 주방을 짓누르는 듯 보였어. 계단의 기울기를 조금 높이든지, 아니면 방향만 조금 바꿔서 지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했지. 창문도 사각형이 아니고 세로로 긴 타원형이었어. 하지만 인간은 세로로 긴 것보다는 가로로 긴 것이 훨씬 눈이 익숙하지. 비록 건축전문가는 아니었지만 끝내 나의 오지랖은 한 발 내딛고 말았어. 내 의견을 아저씨는 곰곰히 듣고는 느리고 긴 웃음을 지어보였어. 내가 들은 대답은 자신의 집이긴 하지만 자기 마음대로 지을 순 없다고 했어.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 같은데 남의 땅에 사냐고 바보같은 질문을 했지. 아저씨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는 설명을 했어. 그 집은 집이기 이전에 그냥 나무라는거야. 처음엔 은유적 표현인줄 알았어. 왜냐하면 실외와 실내는 그야말로 커다란 나무같았어. 벽면에 손바닥을 대었을 때, 죽은 나무처럼 마른 느낌이 아니라 아직 강렬한 생명을 가진 단단함이 느껴졌거든. 아저씨는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는 더 자세하게 설명해줬어. 윗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생길지, 대문이 어느 방향에 생길지도 자신은 모른다는거야. 그저 이 나무가 자라면서 창을 내어주면 창이 되고 문이 할만한 공간이 생기면 문이 된다는거야. 말이 안되잖아. 나무가 자라서 집이 된다는 이야기였어. 잠깐만, 물 한 모금만 마실께.


놀라서 주변을 다시 자세하게 살펴봤어. 목재 건축이긴 한데 이음새가 없었어. 심지어 어떤 벽면엔 가지가 나 있고 파릇한 잎이 달려있었어. 계단의 간격도 일정하지 않았는데 그것 역시 의도된 것이 아니었어. 식탁이 왜 휘어져있는지, 창문의 묘한 모양도 한 번에 이해가 되기 시작했어. 그 곳의 집은 모두 그 나무가 원하는대로 만들어진다는거야. 신기하지? 난 한동안 입을 벌리고 아무 말도 못했어. 내 표정을 재미있게 보던 아저씨가 날 끌고 간 곳은 집 근처 볕이 잘 드는 평지였어. 그 중간에 둥근 모양의 바닥이 넓은 나무였어. 그 집 꼬맹이 나무래. 그 집에 아이가 생기면 지붕에 있는 열매를 따서 씨앗을 적당한 곳에다 심는거야. 그럼 그 나무는 아이와 나이가 같은거야. 야외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거나 아이의 놀이터가 그 곳이 되는거야. 그래서 꼬맹이의 나무는 몇년이 되었냐고 물었지. 아이의 나이와 같이 5년되었다는거야. 그런데 5년짜리 나무 치고는 꽤 컸어. 사람처럼 20년까지는 성장 속도가 엄청 빠르대. 그리고 아이가 독립하여 결혼을 할 때쯤엔 서서히 자란다는거야. 그럼 집을 더 넓게 하거나 무조건 2층집을 만들면 좋지 않냐고 했어. 실제로 그럴려고 한 사람도 있대. 원하는 방향으로 나무를 뒤틀거나 도끼로 자른 사람도 있대. 그런데 나무는 얼마 안가서 죽어버렸대. 신기하지? 꼬맹이는 밖에서 놀면서 매일 자기 나무를 만져. 소꿉장난하듯 집안의 식기로 나무에게 물을 주기도 해. 이 나무는 처음에 아이가 앉거나 누워있을 수 있도록 뿌리 밑둥이 넓어지더니 바람이 잦은 북쪽에 이렇게 벽이 생기기 시작했대. 아저씨 집에 지내면서 알게 된 건데 마치 AI를 가진 식물 같았어. 부엌 옆 계단도 꼬맹이가 태어나서 기어다니기 시작할 때쯤 생겼고 자연스럽게 2층 공간이 생겼다는거야. 동네 나이 많으신 어르신의 이야기에 따르면 이 나무는 사람의 손길을 좋아하고 스킨십이 잦을수록 건강하다는거야. 나무가 그걸 좋아하니까 그 안에 사는 사람이 원하는 구조물이나 가구가 되는거야. 아마 사람처럼 음성으로 이야기하는 건 아니지만 내부에 사는 사람의 마음을 읽으려고 항상 노력한대. 공생의 식물이야. 대단하지 않아?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러운 생각인데 그 씨앗이 있는 열매를 지구에 가져오고 싶었어. 처음에 그냥 내 집도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었지. 그러다가 이걸 사업으로하면 최고의 친환경 사업이 될 수 있겠다라고 판단한거지. 땅이 조금 척박하더라도 땅만 있으면 집은 나무가 알아서 해주니까 말이지.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간절한 눈빛으로 아저씨를 보면서 물었어. 이 열매를 내가 가져가도 되겠냐고. 아저씨는 내 마음을 다 안다는 듯이 웃으셨어. 그리고는 정말 그렇게 하고 싶냐고 되물으셨어. 잠시 머뭇거렸어. 그리고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어. 나무가 만든 벽을 손바닥으로 쓰다듬었어. 그냥 만지는 것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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