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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Oct 26. 2022

태풍 속 회식

가라, 상념이여. 황금 날개를 달고


1.


메인 게스트 섭외했으나 태풍 관계로 불참. 간단히 저녁만 먹자라고 하더니 역시 이럴 줄 알았… 


그들은 이럴 줄 몰랐냐는 듯 웃었다. 어느새 우리 분과원도 아닌 사람도 자연스럽게 오기 시작하더니 행사에 오지 않았던 대표님까지 합류. 퇴각 타이밍을 잡는게 쉽지 않았다. 


누군가가 나를 애타게 찾아주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아내에겐 저녁만 먹고 간다고 했는데… 테이블 각 어귀에서 내가 의자에서 일어나기만 하면 주시하는 날카로운 눈빛이 느껴진다. 죄다 귀여운 악마들 같으심 ㅠㅠ 


2. 


“제가 왜 (중간평가 최종평가가) 보통인지 모르겠습니다.”


사회자에게 던진 질문이지만, 그건 넋두리이자, 내게 하는 말이었다. 기대가 컸을 것이다. 상반기에 이미 작년을 넘어선 매출을 달성했고 영업이익 또한 훌륭한 수준이었다. 


중간평가에 대해 만족하는 이는 (상위 등급을 받은) 30% 이내일 것이다. 실망한 그들에게 피드백을 하는 건 가혹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이는 절실하게 그 이유를 알고 싶어했다. 나의 배려가 그에겐 답답함이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아쉬움과 인정에 대한 욕망이었다.


“지원사업에서 보는 찰나의 관점에 불과합니다. 전 대표님의 사업을 결과와 다르게 봅니다. 대표님의 사업은 그보다 훨씬 더 대단합니다.”


나따위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응원하고 지지해주고 싶었다. 유독 내가 작아지는 밤이었다.


3. 


행사에 대한 허심탄회한 피드백. 대부분 희화화했지만 다 옳은 말이었다. 간혹 본질보다 기능이 부풀려지기도 한다. 참여자의 불만도 알지만, 운영측의 노고도 잘 아는지라 괴롭다. 이걸 준비한 B님은 코로나 이후 면역력 저하로 수족구 걸린 상태에서 이걸 강행하셨다. 마음이 쓰다. 그럼에도 고객은 옳다.


4.


창업계에 필요한 실질적인 노력. 그리고 새로운 시도. 이런 분들이 계셔서 다행이다. 여건에 개의치않고 여전히 뜨거우신 분들. 조만간 연락을 드릴테니 함께 하자고 제의해주셨다. 감사한 분들이다.


5.


며칠 전부터 마음 한 켠이 묵직한데 원인을 알 수가 없다. 비는 몰아치고 잠자리는 뒤숭숭하여 폰을 한창 만지작 거리다가 결국 혼자 거실에 나왔다. 잠자긴 틀렸다. 뿌연 비바람에 나무가 나부끼고 지붕을 싸리비마냥 쓸어대는 빗소리다. 


가라, 상념이여. 황금날개를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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