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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우 May 01. 2023

나쁜 꿈

울면서 너는 아빠를 찾았다. 나쁜 꿈을 꾸었다고 했다. 다리로 내 허리를 감고는 그렇게 안긴 너를 토닥였다. 고백하건대, 꽤 무거웠다.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니 당연하다. 할머니는 어릴 때 애타는 마음에 자주 안는 날 만류하곤 하셨다. 첫째는 아들이 힘들진 않을까에 대한 걱정이고, 둘째는 네가 자꾸 안기는 버릇이 들까였다. '손탄다'라고 하는데 갓난 아기가 너무 자주 안겨서 안겨있지 않으면 잠을 자지 않는 게 대표적인 예다. 난 개의치 않았다. 


나는 아버지에게 그리 큰 사랑을 받지 못했다. 아버지는 술에 취해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기 일쑤였다. 내가 어릴 적 봐온 아버지는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보통 남자는 나이가 들면 아버지를 이해한다고 하지만, 난 아직 그러질 못했다. 그런 까닭에 네게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내가 바랬던 아버지가 내가 되어야 겠다라고 다짐했던 것 같다.


모든 게 다 때가 있다. 우린 간혹 그 시간을 아껴두려고 하거나 어울리지 않는다고 거리를 두기도 한다. 지금의 내겐 그건 틀린 생각이다. 난 가급적 그 시간을 좋은 약처럼 만끽하고 싶다. 서너살의 넌 하루종일 내게 안겨있기도 했지만 요즘은 1분도 안겨있으려 하지 않는다. 이건 내 생각에 대한 확증이다.


근로자의 날이라 네 하교를 위해 직접 학교를 갈 수 있었다. 아빠를 부르며 신나게 달려오는 네 표정이 아직 생생하다. 아들, 그건 오늘 하루 내가 느낄 수 있는 행복 중에 가장 큰 행복이었단다. 비어있는 시간이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걱정을 한다. 그게 마치 미래에 대한 대비인 것처럼. 아빠는 오랜만에 현재를 만끽한 행복한 하루였단다. 


사랑한다, 우리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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