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환 交換

서로 바꾸다.

by 최서희


자전거를 타고 호수공원 한 바퀴 돌려던 길.
페달을 밟다 보니, 어느새 가게가 즐비한 아웃렛까지 와버렸다.

흘러나오는 소리들이며,
길거리를 비추는 불빛이며,
공기마저 힙한데
사람들은… 말해 뭐 할까.
빠르게 지나가는 젊은이들의 세상에서
나만 흑백사진처럼 천천히 간다.

지나치려던 찰나,
신발가게 앞 진열대 위 운동화가 눈에 든다.
그러고 보니,
아들 신발을 사준 게 작년이었나, 그전이었나.
기억이 없다.

제일 잘 나간다는 운동화를 하나 들고,
한창 크는 나이니까 크다 싶은 사이즈로 골라
자전거 바구니에 넣는다.

돌아오는 길은
조금 더 가볍고, 조금 더 밝다.

신발 하나가
그간 못해준 엄마 노릇을 다 해주는 듯
우쭐한 마음이
우습다가도,
새 신발이 주는 설렘이 참 좋다.

아이가 하교하자마자 달려가
신발을 발아래 밀어놓는다.
아닌 척 좋아하는 표정이
꼭 중학교 1학년답게 귀엽다.

“클지도 몰라, 발은 금방 크니까.
크면 뒀다 신자.”
“작아.”
“뭐?”
“작아.”
"아… 그래. 내일 큰 걸로 바꿔 다 줄게."

아이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는데,
괜히 신발을 만지작거린다.

“작게 나왔나 보네…”

아들이 방으로 들어간 뒤
현관에 놓인 운동화를 들어
사이즈를 확인한다.

275.

남편이 270을 신는데
아들이 벌써
아빠 발 크기를 지나 앞서고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265도 클 거라며 집어온 손이
부끄럽고 또 한심스럽다.

내색하지 않고
저만큼 앞서 자란 아들이
고맙고 또 미안하다.

자꾸만 뒷걸음치려는 인생.
제자리에 서 있는 것도 버거워
과거로 돌아가려 애쓰던 어미와는 달리
아들은 제 속도대로
조용히 자라고 있었다.

물을 주지도,
살갑게 보살피지도 못했는데
벌써 발이 275 라니.

그의 걸음이
또래보다 더 무겁고,
더 질퍽했을까 싶어
비어버린 10cm의 시간이
못내 서럽다.

교환하러 가는 길은
자전거 대신 그냥 걷는다.
터벅터벅 걸으며
내가 놓친 시간이 또 있으려나 곱씹는다.
딸아이 머리는
누가 자르러 가줬을까?
아이들 물통은 매일
누가 씻고 새 물을 채웠을까?
그마저도
아이들이 스스로 했던 건 아닐까?

작아진 신발을 교환하는 동안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신발과 바꾸는 것만 같아
되돌리고 싶은 마음 한가득인데
이런 마음도 모르고
가게 주인아저씨의 손놀림은 빠르기만 하다.

더 자라려나.
275가 끝은 아니겠지.

어제에 묶여 있던 마음의 줄을
살포시 내려놓고
내일을 붙잡는다.

좋아지고 있어.
새 신발도 내가 챙겼고,
아직 할 일이 많아.

그렇게,
묵은 마음까지 바꾸고 돌아오는 길은 아까와는 다른 새 길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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