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밖 의자에 앉아 있던 내게 주치의 선생님께서 손짓하시는 모습이 보였다. 재빨리 면담실로 들어갔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면담을 시작했다. 하루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쭉 말하다 찬혁이가 내게 '정상인데 왜 왔는지' 물어본 일에 대해서도 말하게 되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졌다.
창피했다. 의사 가운을 입고 내 앞에 앉아 계시는 주치의 선생님과 환자복을 입고 울고 있는 내 모습이 대비되는 듯해 금방 울음을 그쳤다. 그런데 나를 한심하게 여길 줄 알았던 선생님께서는 예상 밖의 말씀을 하셨다. 잘했다고. 더 울어도 된다고.
그래도 익숙치 않아 그냥 웃었다. 왜 울음이 나왔는지 모르겠어서 스스로도 당황하던 참이었다. 그쯤에서 면담이 끝났다. 선생님께서는 기쁜 얘기를 하나 슬픈 얘기를 하나 항상 웃기만 하던 내가 감정을 드러낸 것만으로도 오늘 면담은 성공적이라고 하셨다.
밖에 내보이기 위해 매일 쓰고 다니던 웃음 가면에 그날 처음 구멍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