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진짜로 갈 수도 있어요.
멈추었나 싶더니 또 시작입니다. 이번엔 캄보디아에 가고 싶습니다. 재외 국민을 위해 교육부 인가를 받아 운영되는 한국학교가 중국 및 동남아에 설립되어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학교와 동등한 위상과 권한을 갖는 학교이므로 해외에 있는 한국인만 입학할 수 있으며 교육과정도 한국과 동일하게 운영되고 교사도 한국 교사입니다. 해외살이를 경험해 보고 싶은 교사들이나 자녀의 대학특례입학이 필요한 교사들이 파견이나 초빙 형태로 근무합니다. 파견이나 초빙으로 교사를 구하지 못할 경우, 현지 채용을 하며 이때는 기간제 교사도 응시할 수 있습니다.
마침 캄보디아를 못 잊어 그리워하고 있고 7월에 또 가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는 차에, 프놈펜한국국제학교에서 국어교사를 현지 채용한다는 공고가 떴지 뭡니까! 저는 국어교사자격증도 가지고 있거든요. 지원해 보려고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캐나다와 미국에서 한국의 특수교사자격증을 변환하여 사용할 수 있고, 미국에서는 특수교사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캐나다나 미국을 가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교육청에서 워크퍼밋을 지원해 주면서까지 외국인 교사를 채용하지는 않거든요. 언어도 문제지만 일단 비자가 나와야 일을 할 수 있는데 말이죠. 워크퍼밋을 받는다 해도 영주권을 받을 수 없다면 어차피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미국에는 해외교사에게 3년간 비자를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기는 해서 오히려 캐나다 보다 미국이 더 가능성이 있겠다 싶습니다. 하지만 3년 안에 영주권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영주권을 못 받는다 하더라도 3년간 미국의 교사 생활을 체험해 보겠다 한다면 그것도 좋겠지요.
일단은 지금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선택지가 제게 열렸습니다. 한국학교는 영어 실력도 필요 없고, 한국 학생들과 함께 한국에서처럼 근무하면 돼서 정서적으로도 안정감이 듭니다. 급여는 한국보다 적습니다. 한국에서 받는 각종 수당도 없고요. 경제적으로는 조금 손해일지언정, 더 나이 먹기 전에 해외에 살면서 일까지 하는 경험을 한 번은 해보고 싶습니다. 또 모르죠. 이게 발단이 되어서 저는 앞으로도 해외에 있는 한국한교에만 근무하게 된다거나, 제가 영어 실력을 쌓아서 미국의 특수교사로 가게 될 지도요. 일단 해외에 나갈 수 있다면 어디든 쌩큐인데, 제가 사랑하는 캄보디아라니요! 정말 쌩쓰 어랏입니다. 물론 제가 그 학교에 채용이 되어야 가능한 이야기들입니다.
특수 임용을 보겠다던 사람이 캐나다니 캄보다아니 하며 계속 생각이 왔다 갔다 하고, 무슨 강의를 듣는다고 했다가 금방 또 취소했다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제 모습을 저는 여과 없이 적어 내려가는 중입니다. 조울증 환자의 생각 흐름이 어떤지 객관화하는 게 제 자신에게 필요하기도 하거니와 조울증의 사고 패턴이 평범한 사람들과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고 싶기도 했습니다. 느끼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어떤 한 생각에 사로잡히면 정말로 그 일이 가능할 것처럼 여겨집니다. 그리고 머릿속으로 계획하다가 언젠가는 실행을 합니다. 모든 결정은 즉흥적이고 충동적입니다. 실행한 일이 제게 이로운 일여며 가능한 일이라면 조증이 오히려 추진력이 되어 주지만, 제게 해로운 일이라든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면 돈과 시간을 낭비하게 됩니다.
평소에 좋은 생각을 하며 사는 것, 좋은 생각을 하기 위해 스스로를 좋은 환경에 머물게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중요하지만 특히 조울증 환자에게 더없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생각에 강렬하게 사로잡히고 마침내 실행하고야 마는 조울증 환자는 그 "어떠한 생각"이 정말 좋은 생각이어야 합니다. 제 자신을 위해서 언제나 좋은 것만 주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봅니다.
제가 캄보디아에 가는 것은 좋은 생각일까요? 나쁜 생각일까요? 단순히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분류하기엔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며 미래는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인생이 어렵습니다. 조울증 환자에게는 더더욱요.
제가 교사채용에 아직 합격한 것은 아니지만, 불합격할 확률이 더 높겠지만, 그래도 미리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저는 왜 떠나고 싶은 걸까요? 제가 떠나는 것이 저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 까요?
이러다 한국에 남게 된다면 꽤나 씁쓸하고 허탈하겠지만, 한국에서 지내는 장점도 많으니까요. 무엇보다 지금처럼 살면 되니 안정적이라는 거죠. 움직이는 것 자체가 다 돈인데 돈도 굳겠지요. 그런데 참 이상하죠? 지금 부모님 가까이서 안정적으로 살고 있는데, 왜 제 마음은 자꾸 흔들리고 불안정할까요? 조울증 약을 먹으면 안정이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더라고요. 약은 감정 변화의 폭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진동의 폭이 작을 뿐 흔들리는 감정은 어쩔 수 없는 건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