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열세 번째 날 그리고 마지막 날의 기록(2025.1.24. 금.)
정말로 떠나는 날이다. 비행기가 저녁 7시라서, 떠나기 전에 쿨렌 코끼리 보호소와 식물원을 들를 수 있었다. 그동안 펼쳐 두고 지냈던 짐을 모두 싼 후, 빠진 것이 없나 둘러보았다. 12박이라는 짧지 않은 날들을 머물렀던 나의 숙소, Lub D. 밤늦게까지 숙소의 bar에서 음악을 틀어 두고 술을 마시거나 놀이를 즐기는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시끄러웠지만 그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다.
코끼리 보호소는 투어비용이 100달러로, 비싼 금액이지만 꼭 코끼리를 보고 싶었다. 여덟 시까지 미팅 장소로 가야 해서 일찍 일어나야 했다. 열명 내외의 사람들이 팀을 이루어 봉고차량을 타고 보호소로 이동하였다. 보호소는 산 깊숙이 있어서 가는 길이 꽤 멀었지만, 아름다운 장소에 있었다. 영어로 진행되는 투어라 알아들을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뿐이었다. 보호소에 도착해서 코끼리 밥을 만든 후, 코끼리를 만나러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코끼리에게 밥을 준 후, 보호소를 한 바퀴 걸으며 코끼리의 일상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투어였다. 투어를 마친 후에는 식사가 제공되었다. 코끼리 투어를 마친 후에는 가이드 재석과 함께 식물원을 둘러본 후 공항으로 가는 일정이 남아 있었다.
재석이 안내해 준 식물원은 무료로 운영되는 곳이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바나나나무, 파인애플나무, 코코넛 나무 등이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성실한 재석은 그 더운 한낮에도 하나라도 더 설명을 해주려 애를 썼다. 나는 그저 눈으로 보기만 해도 좋은데 그는 나무 하나를 보더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다 이야기해 주고, 사진도 많이 찍어 주려고 애쓰는 사람이다. 코케 유적지 갈 때도 운전하며 창밖으로 보이는 모든 것을 설명해 주었다. 지불한 가이드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은 성실한 사람. 그는 어떻게든 내게 많은 것을 보여 주고 많은 것을 알려주려 애썼다. 그런 그에게 나는 카페에 가서 시원한 것을 마시자고 했다.
나는 앙코르 맥주를 시켰다. 씨엠립에서 마시는 마지막 맥주였다. 내가 다시 씨엠립에 오면 50% 할인된 가격으로 가이드를 해주겠다는 그. 그에게 이번 우기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비수기라 그들이 한가한 7월에 다시 오겠노라고. 그는 내가 오면 자신의 집에 초대해 술을 많이 사주겠다고 했다. 그저 빈 말이 아니라 나는 정말로 7월에 다시 간다. 날짜도 벌써 정했다. 7월 23일이 여름방학식이니 나는 24일에 출국한다. 8월 3일까지 씨엠립에 머물다 3일에 프놈펜으로 넘어가서 5일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다. 벌써 숙소까지 예약해 두었다.
많은 나라를 여행해 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다녀온 태국, 베트남, 러시아, 일본, 캄보디아 중에 캄보디아가 제일 좋았다. 사람들도 친절하고, 여기저기 길바닥에 누워있는 강아지들도 귀엽고, 무엇보다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도 감동적이고, 자연과 사람들 사는 모습이 아름답다.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툭툭. 철판 아이스크림과 바나나 팬케이크. 원석이 박힌 은반지와 코끼리가 그려진 바지와 셔츠. 앙코르와트가 그려진 실크스카프. 앙코르 맥주. 피쉬아목과 록락(캄보디아 로컬음식). 키 큰 나무들. 맥주캔을 구걸하던 까만 얼굴의 아이들. 그리고 재석과 민호가 좋다. 재석과 민호가 있기에 더 특별한 캄보디아가 된 것 같다. 그들에게 끌리는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다. 돈을 주고 만난 가이드일 뿐인데, 한 번 더 그들과 함께 여행하고 싶다. 그들 말대로 별을 보러 쿨렌산에 캠핑을 가고 싶다, 그들과 함께.
여행을 다녀온 이후로 나는 캄보디아와 사랑에 빠졌다. 그리운 나의 캄보디아.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저녁으로 반미와 우유를 먹었다. 베트남인인 스튜어드는 나의 밀크 발음을 알아듣지 못하고 맥주를 내밀었다. 하노이에서 트랜스퍼를 하는데 꼬박 두 시간이 걸렸다. 다음 날 아침, 한국에 도착해서 화장실에서 긴 바지에 양말을 신고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공항 밖에 나가보니 갈아입을 옷을 안 챙겼는지 경량 패딩에 반바지에 맨발차림으로 서 있는 남학생들이 보였다. 많이 추워 보였다.
주차되어 있는 차에 시동을 거니, 걸리지 않아 보험을 불러 배터리를 교체했다. 차에는 온통 성에로 가득했다. 씨엠립에서 돌아온 내게 한국의 겨울은 너무 가혹했다. 온통 얼어붙은 내 차 사진을 찍어 재석에게 보내자 얼마나 추운지 상상이 안 간다고 했다. 다음 날은 눈이 내리며 극심한 한파가 시작되었다. 눈 내린 창밖 풍경을 사진 찍어 재석과 민호에게 보여주자 눈을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한 번도 본적 없는 눈과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추위가 그들에게는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눈과 겨울이 없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씨엠립에서 돌아온 후 한동안 집에만 머물렀다. 한파가 극심하기도 했거니와 나갈 곳도 없었다.
나의 캄보디아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7월 우기의 씨엠립 일정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내 마음은 여전히 씨엠립의 밤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더운 열기를 품은 그 거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