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이후,
그동안 싸이월드밖에 하지 않던 나는
브런치를 시작으로 블로그, 인스타그램, 스레드 같은 SNS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브런치에서는 작가 승인을 받은 사람들이 글을 쓰다 보니, 악플을 다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스레드에서는 달랐다.
브런치에서 회피형 남자 시점의 심리를 연재하고 있었기에,
스레드에도 자연스럽게 결혼·육아·연애 이야기를 주로 올리게 되었다.
브런치가 글을 쓰는 ‘생산자’가 많은 공간이라면,
스레드는 훨씬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특히 글을 쓰기보다 댓글로 소통하려는 이들이 많았다.
그중에는 악플러도 적지 않았다.
요즘은 글을 예전만큼 자주 쓰진 않지만,
이슈성이 높은 40대 미혼 이야기나 연락 문제 같은 주제에 내 생각을 밝히면
어김없이 누군가 나타나 비난과 감정적 반응을 쏟아냈다.
내 글을 ‘까내리기’식으로 몰아가려는 사람들.
그런데도 조회수는 만 가까이 올랐고, 좋아요는 130개, 댓글은 답글까지 합쳐 90개가 넘었다.
싸이월드 시절, 방문자 1명에도 만족하며 일기를 쓰던 나에겐
신기하면서도 동시에 당혹스러운 순간이었다.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이런 글을 쓰는 네가 문제다.”
전혀 논지와 맞지 않는 글,
나에게 어떤 반응을 바라는지 알 수 없는 자기 서사.
그런 댓글들이 공감 댓글과 뒤섞여 계속 달렸다.
나는 피곤해지기 시작했다.
글을 자주 쓰지 않았고, 이런 소통에도 익숙하지 않았기에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라고 느껴졌다.
그래서 단답형으로 답하거나, 차단·신고로 마무리하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플 속에서도 보이는 건 있었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다는 마음.
내 글과 반대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처지를 이해받고 싶어 하는 마음.
결국 그들의 반응은 내 글이 건드린 불편한 심리의 발현일지도 모른다.
혹은 익명성을 빌려, 가상공간에서만큼은 누군가보다 우위에 서고 싶은 욕망일 수도 있겠다.
악플에 속상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들의 심리를 읽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다.
그래서 나는 좋은 댓글에는 좋은 마음으로 답했고,
전혀 답이 필요 없는 글에는 무응답과 차단으로 일관했다.
앞으로 글을 쓰면서 내 삶의 또 다른 루트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그 과정에서 처음 만난 장애물은 바로 ‘악플’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내 글이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는 증표 같았다.
아마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은
이젠 악플에 면역이 되어 아무렇지 않게 넘길 것이다.
언젠가 나도 그들처럼 의연하고 무심해지길 바라며,
오늘도 꾸준히 내 이야기를 세상에 내보낸다.
그리고 그들을 이해해 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