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0이 되었다. 그리고 불안을 마주했다.
20대, 30대에는 40대가 되면 아이들도 크고, 경제적 여유도 생기고, 교사로서의 전문성도 갖춰져 자신감이 넘칠 줄 알았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아이들은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하고, 체력은 떨어지고, 경제적 여유는커녕 교육비 부담은 늘어난다. 주변을 보면 다른 선생님들은 승진하거나 전문직으로 자리 잡아 가는데, 나는 제자리걸음처럼 느껴진다.
이런 불안감에 사로잡혀 조급해졌다.
- 노후 자금은 어떻게 마련하지?
- 아이들 교육은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 나는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그 불안에서 벗어나고 싶어 계획을 빼곡하게 채웠다.
2025년 한 해 동안 나는 숨 가쁘게 달릴 계획을 세웠다.
- **신 퇴계단 활동**
- **수업선도교사**
- **교육연구동아리 운영(인성 부문)**
- **과학동아리 운영 및 공모 예산 신청**
- **과학전람회 참가**
- **첨단기자재사업공모**
- **과학교사연구동아리**
- **인성교육 실천사례대회**
- **수업혁신 대회**
- **영재교육 강사**
- **도교육청 업무배송팀 외 TF팀**
- **교육공학 박사 지원**
- **각종 연수**
- **부서별 업무계획 파악**
- **아이 공부 봐주기**
- **경제 공부하기**
- **운동하기**
- **피아노 실력 늘리기**
더 많은 성과를 내고, 더 성장하려고.
하지만 정말 이것들이 내 불안을 해결해 줄까?
계획을 가득 채운다고 해서 불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해야 할 일이 많아질수록 더 지치고 초조해졌다. 바쁘게 살아가는 것이 능력 있고 생산적인 삶처럼 느껴졌지만, 그 속에서 나 자신이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생각해 보면, 이건 도파민이 만들어낸 착각인 것 같다
끊임없이 목표를 세우고, 더 많은 성과를 좇으며 만족하려 했지만, 끝은 없었다. 성취의 기쁨은 순간적일 뿐, 또다시 더 높은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압박감이 몰려왔다.
한병철은 『피로사회』에서 이렇게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자유롭게 살아간다고 믿지만, 사실은 자기 착취에 시달리며 끝없는 경쟁 속에서 소진되고 있다.”
나는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충분한데도, 끝없이 나 자신을 몰아붙이며 더 나아가야 한다고 강요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천천히 가기로 한다.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학생들과 동료 교사,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가 내 삶을 건강하게 만들고 진짜 기쁨을 준다.
내가 정말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 보면, 누군가와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누고, 아이들의 작은 변화에 기뻐하고, 가족과 함께한 시간들이었다.
이제는 잘하면 좋고, 안 되면 말고.
나는 학생들과의 순간을 즐기고, 동료 교사들과 소통하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소중히 여기기로 했다.
성과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것을 놓치지 않는 것이, 결국 나를 지키는 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곧 내 방식대로, 나답게 해낼 것임을 안다.
나는 늘 그래왔다. 조급하지 않아도, 내 관심과 열정은 언제든 다시 타오른다.
멈추는 것은 실패가 아니다. 오히려 멈추고 돌아보는 순간, 나는 더 단단한 나를 찾아갈 것이다.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불안 속에서도 나를 찾아가고 있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나는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