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일을 한다는 것 #1
새로운 나를 만나는 계기
동업을 한 지 500일이 되었다.
이 글을 나의 동업자는 평생 모르길 바라는 마음과 어느 언저리에서 우연히 이 글을 만나 '아, 넌 그런 시간을 보냈구나.' 하고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시소를 탄다. 그것과는 별개로, 나는 몇 자라도 적기로 맘을 먹는다. 이 괴로움의 시간들이 그저 괴로움으로만 남지 않도록, 아주 작은 노력을 해본다.
설렘으로 시작한 일이다.
어떤 시작이든 나름의 설렘을 품고 있겠지만, '창업' 거기에 더해 '친구와 동업'이라고 하니 듣는 사람들은 죄다 말렸다. 그래도 자신 있었다. 그 걱정의 말들이 작은 근심의 불씨가 돼긴커녕 진심으로 고맙기만 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이 걱정하는 그 문제들을 내 동업자와 잘 해결해 낼 테니까. 친구로 지낸 20년은 그냥 겉만 핥으면서 그럭저럭 잘 지내온 관계가 아니라, 저 바닥 어디쯤에 있는 그런 구질한 것까지도 공유하고도 벌어지지 않은 관계니까. 우린 먼 타국에서 서호의 생계를 책임지던 공동체였으니까. 그리고 이 사업은 잘 될 수밖에 없으니까- 그 걱정들은 접어들 두시라고, 호언장담을 했다.
고작 두 계절이 지나는 사이, 나는 좌절했다. 설렜던 시간이 지겨워지고 싫어지고 다시 괜찮아졌다가 도로 힘들어지고 잠시 좋아지고 다시 허무해졌다. 끝이 없이 반복되는 노동과 기다림을 하다 보니, 500일이 되었다. 그 500일은 나와 너의 새로운 모습에 당황하고 적응하고 얘기하고 울고 웃고 화내고 화해하고, 그리고 그냥 덮어두는 시간이었다. 나의 괴로움이 끝나기를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은 다른 괴로움들은 전혀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상태를 만들어냈고, 나는 그 괴로움에 빠져 있느라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지친다, 지겹다, 지긋지긋하다-
지 씨 삼 형제는 쉼 없는 두통으로 내가 가진 최고의 특기인 숙면을 앗아갔고, 숙면이 없이 짧아진 수면 시간은 피곤을 가중시켰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벽에 나와 준비를 끝내고 영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들쑥날쑥한 매출은 폭풍 노동 혹은 막연한 기다림의 시간을 오가며 마음을 들쑤셨다. 나는 기다림에 취약했고, 갑작스러운 상황들에 화가 들끓었다. 하루하루 나의 바닥을 갱신해 가는 상황들을 마주했다. 혼자 우는 날이 많아졌고, 아침이 싫어졌고, 사람도 시간도 버거웠다. 무엇보다도 내가 너무 낯설어서 매일이 무서웠다. 이 일만 끝내면 다 괜찮아질 것 같은 마음에 한 번 마음이 뺏기고 나니 마감 설거지를 하는 시간만 기다리게 되었다. 적극적으로 무기력하기를 선택했다. 어떤 것에도 의욕을 품지 않자 1초가 1분 같고 1분이 1시간 같은 저주가 시작됐다.
나는 전혀 알지 못했던 나와 매일 만나고,
매일 억겁 같은 시간을 버티고,
내 것 같지 않은 몸뚱이를 이끌고,
2023년을 악착같이 꾸역꾸역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날을 하루 남기고서야
'이렇게는 살 수 없어'라는 마음을 행동으로 옮긴다.
이 글들을 그치지 말고 쓰기를 간곡히 바라며,
간신히 내가 알던 나를 아주 오래간만에 만났다.
이틀이 남은 2023년.
오롯이 모두 버려졌다, 가 되지 않아 주어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