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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라나다와 네르하

퓨전의 아름다움

by 감백프로

2016년 9월 14일, 적도기니에서 네 번째 휴가를 맞이하였다.

세 번째 휴가를 끝내고 적도기니로 복귀시 스페인 마드리드를 경유하였는데, 그 당시 꽃보다 할배 스페인 편에서 세비야가 나오는 걸 보고 다음휴가지는 스페인으로 가야지 하고 네 번째 휴가를 스페인으로 정했다.

네 번째 휴가를 가기전 현장에서는 철골공사가 끝나고, 공항청사의 피부를 입히는 지붕공사와 커튼월 공사가 한창이었으며, 인테리어 공사를 위한 방바닥통미장 공사가 시작되었다.

공항청사의 완성이 점점 다가옴을 실감하였다.

이번 네 번째 휴가지의 루트는 마드리드-그라나다-네르하-론다-세비야-마드리드 순이었다.

2016년 9월 15일 적도기니 말라보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마드리드에 도착하였고, 그라나다를 가기 위해 조그마한 비행기를 타고 그라나다로 이동하였다.

첫 번째 도시로 그라나다를 선택한 이유는, 학부시절 건축사수업 중 알함브라궁전에 대해 접한 기억이 있었고, 알함브라 궁전이 타 유럽의 유명건축물들과는 다른 아랍풍의 양식으로 조성되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 보고싶어서 선택하게 되었다.

그라나다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 짐을 풀고 N포털사이트 유럽여행카페에서 미리 컨택을 한 동행분과 만나서 알함브라 궁전을 가기 전 그라나다 시내를 둘러보았다.

시내에 있는 시장골목도 가게되었는데, 마치 TV나 영화에서 본 중동 사막기후에 조성된 도시속 시장 풍경과 비슷하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라나다 인근 지방이 나스르 왕조라는 이슬람 왕조의 지배를 받았던 곳이라 하였다.

약속된 시간에 동행분과 만나서 알함브라 궁전으로 갔다.

알함브라 궁전의 전체 동선 구성은 마치 이스탄불의 톱카프 궁전과 유사하였다.

궁전에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었던 것은 기둥에 장식된 양식들이었다.

보통 서유럽궁전과 성당들의 장식들은 곡선을 최대한 활용한 화려함을 보여주는데, 알함브라궁전은 대놓고 화려함보다는 한땀한땀 정성을 들여 만든 디테일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궁전에 와서 가장 보고 싶었던 헤네날리페 정원에 왔는데, 기둥장식에서 이미 디테일의 극치를 느껴서 인지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래도 차분하게 물이 올라오는 분수와 곳곳에 피어오른 알록달록한 꽃들을 보니 모래색깔 중심으로 조성된 알함브라궁전의 색감을 풍성하게 해주는거 같아 사진찍는 재미를 느끼게 해줬다.

아무래도 시간이 흐르는만큼 현지에 적응하는 만큼 알함브라궁전에 서유럽풍의 양식을 가진 카를로스 5세 궁전도 가게 되었는데, 전체적인 알함브라궁전과는 어울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궁전은 궁전이니깐 거대하긴 했다.

알함브라궁전을 둘러보고나서, 궁전 인근 알바이신 지구의 골목을 돌아다니면서 유럽에 남아있는 이슬람분위기의 동네 풍경을 눈에 담고 하루를 마무리 하였다.


그 다음날 세비야까지 여정을 함께 할 렌트카를 타고 네르하로 이동하였다.

네르하는 론다를 가기 전 반나절 경유를 하는 곳이며, 가이드북이나 포털사이트에서 해변이 아름다운 곳이라 하여 가게 되었다.

네르하에 도착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푸른색 하늘에 하얀색 건물들이었다. 하얀색 건물들에서 보여지는 창문과 문들은 마치 하얀색 종이위에 알록달록한 색들을 입힌 느낌이었다.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뭔가 전체 배경에 포인트 아이템이 필요한 사진을 찍고 싶을 때 오면 좋은 곳이라 생각이 들었다.

잠시 들른 네르하인데 니스나 소렌토, 카프리 등의 대놓고 유럽의 휴양지스러운 곳을 가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한적하게 휴양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을 하고 싶었다.


학부시절 가보고 싶었던 곳인 그라나다를 가고, 알함브라 궁전을 가게 되어 미션클리어를 한 느낌이어서 네 번째 휴가의 시작을 알차게 한거 같았다. 그리고 유럽 속 이슬람문화를 체험할 수 있고, 이슬람문화가 녹여진 그라나다시내와 알함브라궁전을 보고, 역사의 흐름에 의해 주변 서유럽국가와는 다른 문화와 장식이 형성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유럽의 문화와 장식과 함께 어우러지는 걸 보고 퓨전도 아름답긴 하구나 하는걸 느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절벽위에 우뚝 서있는 도시 론다와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에서 백일섭 할아버지가 마차를 타고 즐거워 했던 세비야에서 느꼈던 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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