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예술가들이 유명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이유
포르투갈을 다녀온지 약 4개월만에 2016년 5월31일 적도기니에서의 세 번째 휴가를 맞이하였다.
휴가를 가기 4개월 전 여전히 다이나믹한 하루들의 연속이었으며, 현장에 적도기니 정부 관계자들이 방문을 한다고 현장소장님이 청소에 열을 올리고 호들갑 떨었던날도 있었고, 공항청사 철골구조물이 드디어 다 완성되는 날도 있었다.
당시로 돌아가라면 돌아가기 싫을 정도로 힘들고 짜증났었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그당시 일들이 나에겐 즐거웠던 추억인거 같다.
첫 번째 휴가를 니스로 갔다오고나서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다시 니스와 주변 도시들로 휴가지를 일찌감치 정하고, N사 포털사이트 내 유럽여행카페에서 동행들을 구했고, 차를 렌트해서 움직이는 계획까지 동행분들과 조율하였다.
(9년 전 적도기니에서의 인터넷 환경이 열악하였는데도 어떻게든 동행분들을 구하고 계획까지 짜고 숙소까지 예약했는지 지금보면 그저 신기하고, 그당시 휴가에 대한 열망이 크긴 컸나보다 느껴진다.)
첫 번째 휴가를 가는 방법과 동일하게 몽고모에서 바타, 바타에서 말라보, 말라보에서 파리까지 꼬박 하루를 이동한 다음, 2016년 6월 1일 다시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해서 니스행 비행기를 타고 니스로 왔다.
니스에 도착해서 미리 예약한 첫 번째 휴가지에서 머물렀던 동일한 오션뷰 호텔로 이동을 하고, 호텔 로비에서 동행분들을 만났다.
나를 포함한 동행분들은 총 4인이었으며, 각자 따로따로 왔으며, 나만 남자였고, 다른 3분은 여자분들이었고, 그 중 두 분은 나보다 누나들이었고, 한 분은 한 살 동생분이었다.
당시 MBTI가 없었을 텐데 넷다 E형에 F이었을 걸로 생각되어지는데 다들 언제 봤냐는 듯이 금방 가까워질 수 있었고, 여행 내내 분위기가 화기애애 하였다.
그때 난 무슨 생각이었는지, 동행분들에게 해외근무를 그것도 아무도 가보지 못한 적도기니라는 나라에서 근무를 한다는 거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는지, 플렉스하게 오션뷰 호텔을 예약했다 자랑을 하였고, 방구경을 시켜드렸다. 정말 지금 보면 9년 전 나는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니스 해변 근처의 샬레아 시장내에 있는 카페에서 가볍게 맥주 한잔씩 하면서 오늘은 어디로 갈지 얘기를 나누었고, 샤갈이 사랑하는 마을 생폴드방스로 가기로 정하였다.
우선 생폴드방스로 가기 전 차량 렌트의 장점을 활용하고자 니스에서 에즈로 넘어가는 길목의 한적한 주택가로 이동하여 니스 전경을 대상으로 동행분들의 사진촬영을 도와주었다.
마치 남산 아래 자동차 도로에서 용산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주택가에서 본 니스는 여전히 나에게 해방감을 주었다.
한적한 주택가에서 니스 전경을 카메라와 머릿속에 담아두고, 차로 약 30분을 이동하여 샤갈을 비롯한 예술가들이 사랑하는 마을 생폴드방스로 왔다.
생폴드방스로 가는길에 보이는 언덕 위 생폴드방스를 보는 그림을 그리기 딱 좋은데 라는 생각부터 들었다. 생폴드방스로 가기 전부터 왜 예술가들이 사랑하는지 알겠다라는 걸 느끼게 될 정도였다.
생폴드방스 마을로 들어섰을 때 건물들은 에즈에서 봤던 건물 외관과 비슷했지만, 산에 있는 마을이라 그런지 건물 곳곳에 있는 꽃과 식물들과 잘 어우러져 카메라 셔텨를 자연스레 누르게 만들었다.
건물 곳곳에 장식되어져 있는 아이템들, 각종 소품을 파는 가게안에 전시된 소품들, 골목 사이로 놓여져 있는 식탁과 의자들을 보는 순간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실력이 있다면, 그 자리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그 중 중세~근대시대 군인들의 조각을 파는 가게에서는 사람의 조각하면 표정까지 섬세하게 묘사하는게 핵심인데 속된말로 못생긴 군인 조각도 있었는데,
이를 본 한 살 동생분이 바로 말을 해주고 듣고 보는순간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예술가가 사랑하는 마을에서 만들어진 조각이라면 완성도도 높아야 하는데 인간미를 주는구나 싶었다.
골목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고지대에 펼쳐진 전경을 볼 수 있었으며, 전경 속에는 멀리 지중해까지 보였다.
어디에서나 봐도 전경은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었으며,
기후까지 온화한 기후에 바람도 덜불어서 그림을 그리기 좋은 환경이니,
샤갈을 비롯한 예술가들이 왜 생폴드방스를 사랑했는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유명 예술가들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는 걸로 내 머릿속에 정리가 되었다.
어릴 때부터 자라왔고, 머무르고 있는 곳의 주변환경이 몇발자국 옮겨서라도
어디를 바라봐도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마음 차분하게 느끼게 해주는 것과
밖에서 그림을 마음편히 그릴 수 있는 온화한 기후가 뒷받침 되는 것이라고.
물론 우리나라의 기후가 변화무쌍한건 사실이지만, 우리나라도 아름다운 나라다.
생폴드방스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기 전 생폴드방스를 오는 관광객이면 꼭 들르는 샤갈의 묘지로가서 생폴드방스를 왔다는 인증을 그림과 글씨를 새긴 돌을 남겨놓는 걸로 하였다.
샤갈이라는 예술가가 유명한 정도만 알고, 무슨 그림을 그렸는지는 잘 모르지만,
왜 유명해졌는지를 생폴드방스 그 자체를 통해 알게되었고,
첫 번째 휴가로 니스에 왔을 때 느꼈던 해방감과는 다른 차분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한 하루였다.
같이 다녔던 동행 누나들과 동생분에게 즐거운 프랑스 여행을 함께 한 점에 대하여 감사하다는 말을 9년이 지나서야 여기서나마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