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과장을 둘러싼 갑질 의혹)
“신 팀장, 잠깐 시간 돼요?”
인사팀장이 내 자리로 다가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나는 그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갔다. 인사팀장은 문을 닫고 Fax 두 장을 내게 내밀었다.
"이런 게 들어왔어. 영업팀 최 과장 이야기야, 누군지 알지?"
익명의 투서였다.
투서
대표님께
귀사 최XX 직원의 갑질과 악행에 대해 고발합니다.
하청업체 직원들을 피눈물 나게 하고, 술 접대를 강요하며, 본인의 업무를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있습니다.
출퇴근도 엉망이며, 업무 시간에 낮술을 하고 골프까지 치러 다닙니다.
말을 듣지 않는 하청업체는 일감을 줄이고 인원 해고까지 강요한다고 합니다.
이 직원에 대한 신속한 인사 조치를 요청합니다.
최 과장은 나도 알고 있는 직원이었다.
“저도 이 직원 잘 알아요. 이 건은 제가 실장님께 정리해서 보고 할게요.”
내 말에 인사팀장은 짧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신 팀장이 고생 좀 하겠네…”
자리로 돌아온 나는 투서 개요와 최 과장의 프로필, 근무 조직 및 담당 사업 개요를 간략히 정리한 후 서류를 들고 곧장 실장님을 찾았다.
실장님은 보고서를 읽고 신중한 얼굴로 말했다.
“신 팀장, 이거 외부 경쟁사가 내부 분위기를 흔들려고 보낸 걸 수도 있고, 단순히 개인 비방 목적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조사는 해봐야겠죠. 균형 있게 잘 진행해 주세요.”
잠시 생각하던 실장님이 덧붙였다.
“현장에 갈 때는 뭐라고 이야기할 건가요? 감사팀장이 갑자기 나타나면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예, 실장님. 현장 방문은 리스크 매니지먼트 점검 목적으로 가는 것으로 하고 진행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렇게 하세요. 조심스럽게 진행하고 잘 확인해 봐요.”
며칠 후 현장 방문 일정을 잡았다.
현장에 도착하자, 최 과장이 반갑게 나와 인사를 건넸다.
“신 팀장님!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죠? 갑자기 이렇게 찾아오시고…”
나는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답했다.
“오랜만이에요, 과장님. 그냥 얼굴도 볼 겸 회사 차원에서 몇 가지 확인할 일도 있고 해서 왔습니다.”
최 과장은 다시 물었다. “진짜 별일 없는 거죠?”
“과장님과는 조금 뒤에 이야기하고, 우선 동료 직원들하고 협력사 직원 몇 명과 먼저 인터뷰를 진행하려고요. 자세한 얘기는 오후에 드릴게요.”
이번 조사에서 우리가 명확히 확인해야 할 사항은 두 가지였다.
첫째, 최 과장의 근태 관리에 실제 문제가 있었는지.
둘째, 협력업체에 대한 갑질과 부당행위가 실제로 있었는지.
가장 정확한 진실은 현장에 있었다.
우리는 바로 협력사 직원들과 동료 직원들을 만나 인터뷰를 시작했다.
이제, 이 조사의 진짜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