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나지 않는 진실
“아니, 정말 아무 일도 없었다고요?”
조금 예상은 했지만, 인터뷰에 참여한 사람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먼저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직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최 과장님요? 늘 정시에 출근하셨어요. 근태로 문제 된 적은 없었죠.”
“다른 영업소나 업체 미팅 때문에 자리를 비운 적은 있지만, 세부 일정까지 저희가 알 순 없죠.”
“술이요? 근무 시간에 마시거나 취한 모습을 본 적은 없어요.”
“갑질이요? 전혀요. 오히려 우리가 장난치기도 하고, 분위기 좋았죠.”
들을수록 혼란스러워졌다. 투서 내용과는 정반대의 진술들이었다.
협력사 대표와의 인터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술 접대요? 회식 자체가 거의 없어요.
저희가 술을 사거나 접대한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최 과장님이 소주 사신 경우는 몇 번 있었죠.”
갑질 의혹에 대해서도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갑질이라뇨? 말도 안 되는 얘기예요.
요즘엔 전반적으로 시장이 안 좋아서, 물량 줄어드는 게 더 걱정입니다.”
나는 그의 말을 정리하며 조사를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당사자인 최 과장을 만났다.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팀장님도 아시잖아요. 제가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이번 입찰 따낼 때 회사 도움 하나 없이,
협력업체랑 계속 회의하고, 단가 조율하고.. 결국 최저가로 성공시킨 거예요.”
그는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영업이라는 게… 술자리 없이 됩니까?
몸 상하면서도 술 마시고 뛰었어요.
상을 주진 못할망정, 이런 제보를 받다니… 기운이 빠지네요.”
“누가 이런 말을 퍼뜨리는 건지… 억울합니다.
최 과장은 억울함을 감추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의 지원이 부족했다고 토로했다.
나는 현장에서의 인터뷰를 모두 정리해 실장님께 보고했다.
실장님은 보고서를 읽은 뒤 말씀하셨다.
“음… 비윤리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고,
더 조사한다고 해서 회사가 얻는 실익도 크지 않아 보여요.
이 정도면 됐습니다. 사장님께 보고하고 마무리합시다.”
그러나 사장님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신 팀장, 현장 직원들 말만 들어서는 정확한 판단이 어렵죠.
협력사는 수직적 관계잖아요.
솔직한 얘기를 듣기 어렵다고 봐야 해요.
다른 협력사 두 군데만 더 확인해 보세요.”
일이 더 커지는 건 아닐까 싶었지만,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나는 팀의 김 부장을 불러
두 곳의 협력사를 선정해 연락을 할 것을 부탁했다.
그런데 뜻밖의 이야기가 나왔다.
“저희는 그런 내용은 잘 모르지만…
얼마 전에 일을 그만둔 서 대표님이 자주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아요.
그분은 평소에도 불만이 많으셨거든요.”
“우린 잘 모르고, 그분이 아마 더 잘 알 겁니다.”
두 협력사 모두 같은 인물을 언급했다. 바로 서 대표였다.
김 부장은 서 대표의 연락처를 받아 통화를 했고,
우리는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이제야 본격적인 조사의 실마리가 잡히는 듯했다.
과연 서 대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진실을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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