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의혹, 드러나는 사실들
“아니, 최 과장이 지난주에 저한테 전화를 했어요.
본사에서 조사 나왔다가 문제없이 끝났다고요.
아무 일 없었다고 아주 당당하게 말하더라고요.”
서 대표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니, 그렇게 문제 있는 사람을 회사 직원으로 계속 둬도 되는 겁니까?”
그는 쉴 틈 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최 과장은 예전부터 협력사 사장들이랑 자주 술을 마셨어요.
술값은요? 거의 다 사장들이 부담했죠. 저도 예전에 최 과장 술값 대신 낸 적 많습니다.”
“요즘엔 같은 현장에 있는 장 사장, 김 사장이랑 자주 어울리는 걸로 압니다.
김 사장은 저한테 술값 부담이 너무 크다고 하소연한 적도 있어요.”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투서에서 주장한 갑질과 비윤리적 행위를 정작 현장에서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았던 상황이 떠올랐다.
그런데 지금 들리는 이야기는 전혀 달랐다.
서 대표는 목소리를 낮추며 말을 이었다.
“이건 직접 들은 얘기인데요…
김 사장이 타던 BMW 차량을 최 과장한테 아주 싸게 넘겼다고 하더라고요.
협력업체와 그런 거래를 하는 건 문제 있는 거 아닌가요?”
나는 상황을 정리하며 말했다.
“말씀 감사합니다. 혹시 지금 말씀하신 내용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있을까요?
결제 내역이나 메시지, 사진이라도 있으면 보내주세요. 저희도 별도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다음날, 나는 김 부장을 다시 불렀다.
“김 부장님, 다른 현장 협력사 사장들과의 추가 인터뷰 일정을 좀 잡아주세요.”
며칠 후, 우리는 함께 현장을 다시 찾았다.
인터뷰가 시작되자 예상외로 많은 이야기가 쏟아졌다.
“최 과장님이 장 사장이랑 각별히 친하긴 하죠. 거의 형제처럼 지냅니다.”
“그 정도로 가까우면, 뭔가 특혜가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은 들었어요.”
“작년에 김 사장이 자기 BMW 차량을 최 과장한테 넘겼다는 얘긴 들었어요.”
우리는 김 사장도 직접 인터뷰했다.
그는 예상보다 담담하게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제가 차를 판매했어요.
팔려고 생각 중이었고, 최 과장님은 마침 차를 알아보고 있었죠.
중간 수수료도 아낄 겸 직거래로 진행한 겁니다.”
“싸게 넘겼다고요? 그건 아니에요.
적당한 중고차 시세대로 거래했습니다.”
나는 자료를 요청했다.
“차량 거래 관련 입금 내역이나 진술을 입증 할 수 있는 증빙 자료를 보내주세요.”
김 사장은 알겠다고 말하며, 자료를 확인해 전달하겠다고 했다.
사무실로 돌아온 나는 김 부장과 신입사원을 불렀다.
지금부터 현장 협력사 전체의 정산 세부 내역서를 샘플링해서 검증합시다.
특히 장 사장 회사 정산 자료는 좀 더 세부적으로 확인해서 따로 정리해주세요.
제가 직접 한번 들여다보이겠습니다.”
며칠 뒤, 김 부장과 신입사원이 출력된 정산 내역서를 들고 왔다.
“팀장님, 장 사장 업체와의 정산 내역이 이상합니다.
다른 업체들과 비교해 확실히 다릅니다.”
아…
이건 단순한 근태나 접대 문제를 넘어서고 있었다.
오랜 기간 감춰져 있던
더 깊고 구조적인 문제가 서서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도대체 언제부터, 얼마나 반복돼 온 일이었을까?
이제는, 그 실체를 분명히 밝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