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아닌 영화를 전공했다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았을까?
물론 요즘 최신형 기기들이 많다.
그러나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사랑과 희망을 비추는 영사기와
그곳에서
다양하게 퍼져 나가는 빛에서
역동적으로 살아나는
또 다른 세상이 너무 신비롭다.
영상 속 정다운 사람들을 보고싶다.
영원히 그 모습 그대로 움직이는 사람들과 풍경들을 보고 싶기에
그 꿈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언젠가
힘든 상황 다 마무리하고...... .
여유로운 날이 오면
차르르르...... .
잠 든 감성 불러 일으키는
영사기 소리에
나는 또 그렇게 설렐 것이다 !
그 세상에선
그리운 사람들과
체리향처럼 달콤한 시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프랑스에 와서
제일 먼저 여행한 곳이 도빌이었다.
영화<Un Homme et Une Femme>
(남과 여)의 배경 공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옹플뢰르와 함께
영화 배경인 도빌과
노르망디 길을 참 많이도 달렸더랬다.
장 루이 트랭티냥은
사랑하는 딸이 살해당했을 때
우주가 허물어진 듯
절망했다.
아름답고 재능 있는 마리 트랭티냥은
유명 배우인 부친과
영화감독인 모친 나딘 트랭티냥의
장녀로서 전도 유망한 영화배우였다.
그렇게 고통스런 시간을 견딘 그가 출연 결정한
영화
<Amour>는
몇 개의 단어와 문장으로
감상평을 하기에는
내용 자체가 심오하고
이쉬움이 많기에
다음 기회에
진지하게 쓸 생각이다.
한 예로 그 작가는
<남과 여> 를 서술하다가
갑자기
영화 <연인>을 거론했다.
주인공 홍콩 배우 이름 양가휘를
본문에는 왕가휘로 썼다.
그 글을 보고
어느 분이 댓글을 달았다.
그는
글쓴이가 왕가휘라 했으니
필시 왕가위 감독이겠지! 생각했는지
양가휘 대신
감독 왕가위 이름과 함께 뜬금없이
<화양연화>를 언급했다.
어쩌면 좋은가!
양가휘는 배우고,
왕가위는 감독인 것을!
우스개 소리로 컨닝할 때
로댕이 오뎅이 되는 것이
연상되었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이런 상황을 인지하지 못 한 채
댓글 칭창만 하고 있었다.
글을 제대로 읽고
라이킷과 댓글을 단다면
이 정도 실수를
금세 알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냥 아는 사람 글이니 라이킷 누르고
칭찬하기의 전형이다.
아무쪼록 이 글이 나간 후엔
수정이 되었길!
사실 오래전부터 내게 있어
<Un homme et Une Femme>은
<흑백 시화집>
혹은 한 편의 <영상 음악> 같은 이미지로 자리했다.
그렇게 많이 봤는데
바람결에 흩날리는
아누크 에메 의 머리결,
그녀의 슬픔 밴 눈망울,
자동차 안에서 앉아있는 두 사람 모습
슬라이드가
찰크닥 찰그닥 돌아갈 때마다
스크린에 도드라지며
아련하게 모습을 드러내는
기억의 향연으로 머물러 있다.
ARTE 방송에서
매년 여러 차례 방영해서
장면 장면이 슬라이드처럼 각인되었다.
제작된 지 60해라는 시간이 지났음에도
세련미와 고귀함을
지닌 영화다.
이미지 엽서
혹은 흑백 그림 모음집처럼
음영 깊은 판화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사실 내게 <남과 여>의 인상적인 장면은
아누크 에메의 슬픔과 미소가 어우러진 미묘한 표정과
바람결에 머리를 쓸어 올리거나
섬세하고 우아한 동작들이다.
담배에 불붙일 때 코트로 바람을 막아주는 장면,
달리는 차 안에서 침묵하는 두 사람의 표정 변화,
이따금씩 주고받는 대화나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목소리는
음울하면서도 매혹적인 속삭임,
프란시스 레의 음악과 함께
그 자체가 그림이고 시로 기억된다.
한때 나 역시
감각적인 느낌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 저리고
아리기도 하고
때론 사랑하는
사람 눈빛이나
숨결을 그리는 것만으로도
마음 저려오는 느낌을
시로 쓰기도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