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ASD)에 대하여

자폐아가 증가하고 있다?

by 용사마



자폐스펙트럼 유병률의 증가


최근 임상 현장에서 자폐 스펙트럼으로 진단되는 아이들이 증가하는 것 아닌가하는 느낌이 들어 자료를 찾아보니 정말로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우리나라의 2세-5세 아동에서 자폐스펙트럼 유병률은 무려 세배(0.04% >0.12%)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실 실제적인 증가보다, 자폐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10여년 전만 해도 자폐가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들이 드물었지만, 요즘 젊은 부모들은 아이가 까치발을 들고 걷거나 장난감을 줄세우기만 해도 혹시 자폐가 아닌가 하고 걱정되서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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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그 인과관계가 명확히 결론지어진 것은 아니지만, 최근 출산연령의 고령화로 인해 실제 자폐의 유병률이 어느정도 상승했을 가능성도 있어보입니다. 실제로 부모의 나이가 고령일때, 엄마는 35세 이상 아빠는 40세 이상일 경우 자폐스펙트럼의 발병 가능성이 유의하게 상승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보통 신경발달학적 질환에서 부모가 고령일 때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하면 대부분은 어머니쪽 나이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아버지쪽의 나이가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난자의 경우에는 모체(어머니)가 매우 어린 시기에 이미 난모세포의 세포 분열이 거의 완료되어(난자가 되기 위해 마지막 제2 감수분열만 남겨둠) 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나이를 더 많이 먹는다고 해서 난자에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축적될 일이 없지만, 아버지의 정자는 아버지의 나이만큼 정모세포도 계속 분열을 해왔기 때문에 (즉 아버지와 함께 노화가 진행되어 옴), 돌연변이 유전자도 그 세월만큼 축적될 수 밖에 없고 이로 인한 신경발달학적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도 그만큼 더 커지기 때문입니다.


(다만 다운증후군과 같은 염색체 질환은 어머니가 고령일수록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맞음. 난자가 마지막으로 정자와의 수정 과정에서 제2 감수분열시기를 겪게 되는데 이때는 모체의 연령에 비례해 염색체가 잘 분리되지 않을 위험은 높아지기 때문)


image.png?type=w773 정자의 생성과정




요즘 방송이나 매체에서 자폐 스펙트럼에 대해 접할 일이 많아지다 보니 자폐의 일반적인 증상들에 대해 잘 아는 부모님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다만 정보가 많아지는 만큼 그에 대한 오해도 커질 수 있는데, 실제로 이런 오해로 인해 자식들에 대해 자폐가 아닌가 과도하게 걱정하거나, 또는 자폐 경향이 실제 있을 때 이에 잘못 대처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게 어떤 질환인지 좀 더 알게 된다면 이런 실수나 오해를 하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폐스펙트럼에 대해 이야기해해 보려고 합니다.


저의 다른 글에서도 몇 번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정신과적 질환은 전부라고까지는 못해도 거의 대부분은 MRI나 CT와 같은 뇌영상학적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이 관찰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현병이라든지, ADHD 환자를 뇌 사진을 찍어서 진단내릴 수가 없고, 거의 대부분 임상증상에 근거해서 진단을 내리게 됩니다.


자폐 스펙트럼도 마찬가지 입니다. 신경발달장애 장애이니까 정상인과 비교했을 때 뭔가 뇌의 구조적 차이가 나타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지만 실제로는 두드러진 차이가 관찰되지 않습니다

조현병도 그렇고 자폐스펙트럼도 그렇고 겉으로는 정상인과 확연히 구분되는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왜 막상 뇌의 구조적인 모양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을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잠깐 뇌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뇌라는 것은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들의 다발들이 아주 많이 모여있는 구조물입니다. 뇌 신경세포 하나하나는 그 크기가 수 마이크로 미터에서 수십 마이크로 미터 정도로 매우 작기 때문에 전자현미경을 동원해서 보지 않고서는 관찰할 수가 없습니다.


뇌는 겉부부인 피질과 언쪽의 백질로 되어 있는데, 피질에는 신경세포의 몸통인 세포체들이 모여 있고 백질은 신경세포에서 뻗어져 나온 축삭이라는 전선과 그를 감싸는 수초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폐는 뇌 네트워크 시스템의 장애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뇌영상 사진에서 자폐 스펙트럼 환자의 뇌는 정상인과 근본적인 뇌 구조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즉 피질이 있어야 할 곳에 피질이 있고, 백질이 있어야 할 곳에 백질이 있고, 전두엽, 측두엽, 두정엽, 후두엽과 같은 뇌 구조가 정상적으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럼 문제는 뭘까요?


문제는 바로 '네트워크' 입니다. 흔히 뉴런의 축삭을 전선에 비유합니다. 뇌에는 회백질(주로 뉴런의 세포체들이 모인 것)로 구성된 수많은 노드(node, 뇌 네트워크 정보처리의 허브)들이 있습니다. 뇌는 축삭이라는 전선을 통해 이 노드들 사이에 정보전달이 이루어지는 거대한 네트워크 복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평소 아무 활동도 하지않고 멍때리고 있을 때에도 우리 뇌는 아주 기초적인 정보처리 활동을 하는데, 이 상태를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라고 부릅니다. DMN 상태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가장 기본적인 내적 상태에 대한 정보처리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결국 뇌는 단 한순간도 쉬지 않는 것입니다. 잠을 잘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수면중에도 일부 네트워크들은 정보교류가 멈추기도 하지만 완전히 작동을 멈추는 일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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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스펙트럼은 뇌 발달 초기에 이런 신경 네트워크 발달에 문제가 생기는 질환입니다.


우리 뇌의 발달 초기에 뉴런 신경망은 엄청나게 많은 가지(축삭)을 뻗어 나갑니다. 나무에서 가지가 자라나는 장면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나무도 가지치기를 잘 하지 않으면 크게 자라지 못하고 쓸데 없는 잔가지만 많아지는 것처럼, 신경망도 적절한 가지치기를 해야 최적화된 정보처리 효율에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 신경망 가지치기(synaptic pruning)는 대개 3세경에 시작해서 6세까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며 이후에도 20세 초반까지도 조금씩 꾸준히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지치기가 잘 되지 않으면 뇌의 정보전달 고속도로의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고속도로가 형성되지 못하고 뒤죽박죽된 국도 지선만 많아지는 것처럼) 전반적인 인지수준도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조현병의 경우에는 발달과정에서 신경망 가지치기가 너무 과도하게 일어나 질환의 발생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거꾸로 자폐스펙트럼 질환은 신경망 가지치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뇌 내의 여러 노드들 간에는 원래 위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즉 어떤 노드는 상대적으로 상위의 위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관련 정보가 우선적으로 처리되고 작동할 수 있으며 어떤 노드는 상대적으로 낮은 위계를 가져서 비교적 낮은 빈도나 중요성을 가지고 처리될 수 있습니다.


이런 위계적 관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뇌 내에서 모든 정보는 마치 물의 흐름처럼 한쪽으로 적절히 흐를 수 있어야 하는데, 노드들간 위계가 없으면 정보의 흐름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자폐 스펙트럼 질환에서는 신경망 가지치기가 되지 않아 노드들의 이러한 위계적 발달에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 결과 각 노드들이 비교적 수평적인 위상을 갖게 되고 이로 인해 뇌는 과도한 감각정보입력의 압박과 같은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쉽게 말해 여기저기서 정보가 쏟아져 들어와 혼란스러운 상태가 되는 것이죠.


우리의 뇌는 평소 외부에서 들어오는 오감과 같은 감각정보 처리에 있어서 각 노드의 위계에 따라(다시 말해 정보처리의 가중치 배분) 자동적으로 우선시되는 감각정보부터 처리를 하고 나머지는 무시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길을 걸을 때에는 일반적으로 시각정보가 우선적으로 처리되고 나머지는 잘 안느껴지다가(다른 오감정보가 상대적으로 무시됨), 걷는 중에 어딘가에서 맛있는 빵 냄새가 나면 그 때에는 후각정 정보가 우선적으로 처리되고 눈 앞의 시야, 즉 시각정보는 상대적으로 무시되는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자극에 대한 민감함 또는 무시, 상동증상이 나타나는 이유



이 때문에 자폐스펙트럼에 해당하는 아이들의 경우 자극에 굉장히 '민감'하거나 아니면 자극을 거의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극에 굉장히 민감해지는 것은 과도하게 밀려드는 감각정보로 인한 당연한 결과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정보의 파도가 너무 심해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 후자처럼 오히려 모든 정보를 처리하지 못하고 아예 '무시'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한가지, 우리가 평소 처리해야할 정보들은 항상 어떤 '맥락' 속에서 처리됩니다. 이는 각 노드의 위계, 상호작용을 통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라는 대상은 '살아서 움직이고' 또 내게 '인사'와 같은 어떤 사회적 행동을 취하는 대상임을 우리는 자라면서 경험적으로 알게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정보는 '맥락적 정보'로 작용해서 대상이 내 시야에 등장할 경우 나도 '인사'라는 상호작용을 출력하게 만듭니다.


노드의 위계가 부족한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경우 앞서 말씀드렸듯이, 매순간 의식의 공간으로 쏟아지는 정보는 '압도될' 정도로 많습니다. 이 와중에 '사람' 이라는 객체를 인식하고 사회적 반응을 하는 것과 같은 '맥락적 정보처리'는 매우 힘든 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압도적으로 흘러드는 무질서한 정보들로 인해 주변 졍보들 사이에서 '사람 얼굴'을 주시하는 것 조차 쉽지 않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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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스펙트럼에서 보이는, 반복해서 손을 흔든다든지 빙글빙글 제자리에서 도는 것과 같은 행동을 상동행동이라고 부릅니다. 많은 사람들이 상동행동이라는 것이 자폐의 증상중 하나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만, 그들이 왜 이런 행동들을 보이는지에 대한 이해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보니 대부분 이런 행동은 못하게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앞서 자폐 스펙트럼에서는 뇌신경 노드의 위계 구분이 불분명한 문제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노드의 위계 상실은 또 다른 문제를 낳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정보처리에 대한 시간감각의 상실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원래 모든 정보는 이미 결정되어 있는 노드의 위계에 따라 순차적으로 처리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모든 노드가 다 '내가 먼저' 라고 소리치며 뒤죽박죽으로 작동하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바로 시간감각이 상실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들어온 감각정보들 중에 어떤 것을 먼저 입력해야할지, 어떤 것에 대해 먼저 처리(운동 정보로 출력 등)해야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뇌 안에서는 과도한 정보에 압도되는 것은 물론 들어온 정보들에 대한 시간 관계도 짬뽕처럼 섞이게 됩니다.


이에 대한 자폐아들의 본능적이고 자기 구원적 행동이 바로 '상동행동' 입니다. 상동행동을 함으로써 자폐아들은 감각정보에 '시간'을 새깁니다. 일정한 박자로 반복되는 패턴행동은 자기 자신에게 일정한 박자의 정보를 입력시켜 줍니다. 이를 메트로놈처럼 활용해서 뒤죽박죽된 정보들 사이에 어느정도 시간적 기준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줄세우는 것과 같은 행동은 많은 사람들이 자폐아에서 보이는 증상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사실 이런 행동은 보통의 아이에게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행동이 얼마나 반복적으로 그리고 집착적으로 일어나는가가 정말 자폐의 신호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자동차를 줄세우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자폐아들에게는 현상을 타파하기 위한 본능적 행동중 하나라는 것을 우리는 알 필요가 있습니다. 자동차 줄세우기처럼 의식적이고 반복적인 정보입력을 함으로써, 정보 유입의 거대한 통로 한쪽을 조금이라도 막아 '과도한 정보의 홍수'가 범람하는 것을 막으려는 행위임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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