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조각들을 담아.
봄이다.
이 겨울 언제 지나가나 싶었는데, 금세 봄이 왔다.
조금 서운한 마음이 든다. 미안한 마음도 든다.
최선을 다해 그 계절을 사랑해주지 못한 것 같아서.
봄은 봄이어서, 여름은 여름이어서, 가을은 가을이어서 사랑하는데
겨울은 겨울이어서 실컷 사랑해주지 못했다.
눈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던 이번 겨울에
생각보다 눈이 자주 내리지 않았다. 미웠다.
내가 겨울을 기다리는 유일한 이유는 눈과 크리스마스인데,
눈은 오지 않고, 크리스마스는 너무 빨리 지나가버려
사랑할 시간을 충분히 주지 못한다.
난방비만 더 들고, 겨울 옷은 더 비싸고,
특별한 날 예쁘게 차려입지도 못한다고.
춥기만 더럽게 춥다고 짓궂게 말했다.
이 계절엔 나무조차 관심받지 못하는데,
볼 것 없이 앙상한 가지만 달고 있다고.
내가 너무 짜게 대했다. 유독 겨울에게만.
겨울에는 봄을 기다리고, 봄에는 나름 여름을 기대하고, 여름이 되면 벌써부터 가을을 사랑하는데,
가을에는 겨울이 아닌 크리스마스만 기다린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공중전화박스 옆에 서서히 피고 있는 봄을 보는데 아쉽더라.
따뜻한 라떼 한 잔 더 마실걸.
뜨끈한 전기장판 위에서 쌔그러운 귤 하나 더 까먹어볼걸.
하이얀 장갑하나 장만해서 한쪽씩 나눠 끼고, 다른 한 손은 같은 주머니에 넣어 손난로 하나 나눠 가져 볼걸.
살벌하게 찬 공기 한 번만 더 크게 들이마셔 볼걸.
그냥 그렇게 있는 그대로 한번 사랑해 볼걸.
올 겨울엔 좀 더 아쉬워봐야지.
사랑한 만큼 아쉬움도 클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