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싫어진 적이 있는가?
단순히 인간이라는 것 자체가 싫어지는 순간 말이다. 그냥 누구와도 소통하고 싶지 않고, 몸을 부대끼고 싶지도 않으며 연락하는 것조차 힘이 드는 그런 순간 말이다.
만일 경험해 보았다면, 언제 찾아왔는가?
아마 대부분의 당신들은 한 사람을 미워하게 되면서 찾아왔을 것이다. 이를테면 믿었던 사람이 내 욕을 하고 다닐 때, 탐욕스럽고 배려를 모르는 사람과 일할 때 등등. 사람을 싫어하는 마음은 결국 한 사람을 향한 감정이 모이고 모여 집단적 혐오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예쁘게 포장해서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감정을 ‘사람에 대한 싫증’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무슨 감정을 말하는지 직관적으로 알기 쉬우니까 말이다.
사람이 싫어지는 단계
사실 우리는 아무 이유 없이 누군가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타당하든 타당하지 않던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성격이 별로여서, 싸워서, 남에게 피해를 줘서, 나랑 맞지 않아서 등 어찌 됐던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상대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과는 여전히 잘 지내고 또 그들을 여전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그 상대를 포함해서 인간이라는 것 자체에 싫증이 나는 단계에 도달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대게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이고 모여 다수를 미워하게 되면서 더 이상 사람과 엮이고 싶지 않게 되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이 사람이 미워지고, 저 사람이 미워지다 보니 이젠 사람에 대해 의구심이 들게 된다는 것이다. 내가 한 사람을 미워했던 이유를 일반화시키며 “아, 인간은 모두 그런 종족이구나. 모두가 이기적이고, 모두가 탐욕적인 그런 종족이구나.”라고 말이다. 과거에 만났던 사람,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 그리고 앞으로 만날 사람 모두 싫어지게 된다. 비이성적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시각으로 사람들을 보게 된다는 것이다. 고작 한 사람이 미워진다고 ‘인간’이 미워지는 것이 아니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데고 데어 ‘인간’이 미워지게 되는 것이다.
사람을 좋아하기까지
하지만 우리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만 하는 사회적 동물로써 어떻게 모든 인간을 싫어하고 배척하며 살아갈 수 있겠는가? 결국 우리는 ‘인간’이라는 나의 동족을 사랑하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인 이유에 놓여있다. 그렇다면, 사람이 싫어지는 이 순간을 어떻게 탈피할 수 있을까?
우선 당신을 힘들게 했던 그 한 사람, 한 사람을 충분히 미워해라. 착한 사람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냥 혼자서 충분히 미워해라. 감정을 다 게워 내고 나면 그 사람이 안쓰러워지거나 반대로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라며 이해해 보기도 하고, 더 나아가 그 사람 자체를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충분히 미워했음에도 사람 자체가 싫어지는 단계까지 온다면 역시나 사람 자체를 충분히 미워해라. 그리고 사람과 만나지 않는, 혼자 있는 그 순간을 충분히 즐겨라. 충분히 미워하고, 충분히 즐기고 나면 분명 내 사람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이따금씩 찾아올 것이다.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내 사람을 만나라. 내 울타리 안에 들어와 있는 내 사람을 만나다 보면 조금씩, 아주 조금씩 사람이 괜찮아지기 시작할 것이다. 그 후엔 노력하라. 인간관계에 관한 책을 읽어보며 ‘사람’이라는 존재를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라. 인간의 근본적인 욕구와 본성을 이해하게 되면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인간’을 이해하게 되고, 나를 힘들게 했던 ‘한 사람’을 이해하게 되고 결국은 나 자신까지 들여다보게 되며 성숙해질 것이다.
글을 마치며
학창 시절부터 줄곧 내 주변과 그 주변을 넘어, 또 그 주변을 좋아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사람에 대해 싫증을 내고 사람이 힘들어졌다. 이를 극복해 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낱 20대 대학생에 불과한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기사이지만, 나와 같은 경험을 하는 당신에게 또는 곧 하게 될 당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다.
우리는 서로를 부대끼며 살아가야 살 수 있다. 인생에서 가끔 사람이 싫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결국은 다시 좋아질 것이니 두려워 마라. 감정을 충분히 게워 내고, 느끼고 받아들인 후에 노력해도 늦지 않다.
출처
http://www.psytimes.co.kr/news/view.php?idx=6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