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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전을 도전하자 Dec 07. 2022

커피를 싫어하는 바리스타

바리스타의 도전기

Q. 바리스타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나에게 카페는 하나의 로망과 같았다. 사람마다 자신의 버킷리스트가 존재할 것이다. 나는 그중 하나가 바로 바리스타였다. 나에게 있어서 카페는 로망 그 자체였으며, 일을 한다면 카페에서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카페 알바를 지원하려고 애를 썼다.


1. 초보자는 No환영

 카페 아르바이트생을 하는 것은 취업과도 같았다. 경력직만 뽑으며, 나이가 어린 사람들은 안 뽑아주려고 하기 때문이다. 경력이 우선시되는 알바 중 TOP이 아마도 카페일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나의 로망을 이루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스타벅스 지원서에도 나의 열정을 녹아내렸지만 연락은 없었다. 군대에 다녀오지 않는 내가 알바 경력도 아예 없으니 뽑아주지 않아도 이해는 되었다. 카페 알바를 하기 위해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야 하나 싶었다. 자격증이라도 있으면 나를 뽑아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나의 로망을 이루고 싶은 욕망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고, 결국 자격증은 포기하고 구인/구직 사이트에 카페에 모든 지원서를 넣어보았다.


2. 너는 악조건이야

 집 앞에 있는 카페에 처음으로 면접을 갔다. 자그마한 동네 카페라서 나는 오히려 더 마음에 들었고,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곳이라 더 호기심이 갔다. 나는 곧장 열정을 가지고 카페에 들어섰다. 알바 경험이 없던 나는 이력서도 없이 그냥 맨몸으로 갔다. 이력서를 들고 가야 한다는 기본적인 개념은 있었지만 이력에 쓸 내용이 전무했다. 그런 나에게 사장님은 "알바 경험도 없고, 군대도 안 다녀오고, 나이도 어리고, 이력서도 없고.. 죄송하지만 안 되겠습니다."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군대는 1년 뒤에 가고, 나이는 어리지만 정말 열심히 할 수 있습니다. 알려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부탁드려요." 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이전에 너와 같은 애가 있었다. 3개월 동안 열심히 알려줬는데 그냥 도망쳤다. 미안하다." 속상한 마음을 뒤로 한 채로 집에 돌아갔다.


3. 여기서 포기할 것인가

 나는 카페가 너무너무 하고 싶었지만 뽑아주는 곳이 없었다. 어떻게 하면 나를 뽑아줄까. 그러던 도중 대학교 앞에 있는 한 카페의 글을 보았다. "초보자도 괜찮습니다. 열정이 넘치신 분이라면 환영합니다." 나는 곧장 이력서를 쓰기 위해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하지만 위에 말했다시피 이력이 없었기에.. 도통 뭘 써야 하나 싶었다. 운이 좋게도 내가 블로그를 하던 시절에 너무 좋아했던 카페를 글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곳이 지금 내가 들어가고 싶어 하는 카페였던 것이다. 그것을 이력서에 넣어서 지원을 했고, 면접을 보고 싶다는 점장님의 말에 나는 바로 달려갔다.


4. 커피를 좋아하진 않지만 카페를 사랑합니다

 나는 고등학교 때 우연히 읽었던 <시골 카페에서 경영을 찾다>를 접하면서 카페 창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카페 창업이라는 것이 소비자에게 고급스러운 커피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편안함과 행복을 전달하는 그런 카페가 참 멋있다고 생각했다. 너무 어릴 적에 읽었던 탓에 정확히 기억에 나지 않지만 '진정성', '인연'을 중시하는 철학을 지닌 카페의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그런 사자 커피의 매력에 빠졌다. 소비자에게 진정성 있는 태도로 만족을 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종업원, 소비자들의 인연들을 소중히 하며 그 동네(마을)를 따뜻하게 밝히는 카페가 나에게는 참 꿈과 같았다. 그래서 이런 카페에서 꼭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카페에 대한 열정이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5. 마지막 카페 면접

 여기서 실패하면 나는 더 이상 카페를 알아보지 않으려고 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 점장님을 기다리며 카페에 앉아 내부를 구경하고 있었다. 손님으로 왔을 때 하고는 매우 다른 느낌을 선사했다. 내가 이런 곳에서 일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때 점장님이 오셨다. 점장님은 나를 너무 마음에 들어 하셨다. 그땐 몰랐지만 나중에 물어보니 젊은 나이에 패기 있고 열정이 있는 모습과 남들에게 베푸려는 마음이 너무나 보기 좋았다고 하셨다. 나의 이력서에는 카페에 대한 알바 경험은 없었지만 아마도 카페에 대한 열정은 잘 보였나 보다. 그렇게 나는 꿈에 그리던 카페에 일을 하게 되었고, 꿈같은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6. 몸은 힘들지만 머리가 즐거워요

 20분 일찍 출근하고, 1시간 늦게 퇴근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내가 좋아서 그랬다. 물론 맨날 그런 것은 아니고 1주일에 한 번 꼴은 그랬다. 모든 게 다 재밌었다. 손님 응대, 설거지, 음료 제작, 청소 등이 나에게는 너무나 새로운 경험이었고, 자극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이제는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했을 때 나는 눈이 그 누구보다 초롱초롱했다. 늘 보기만 했던 바리스타들의 모습을 내가 할 수 있다는 게 감격스러웠다. 내 손으로 직접 갈리는 원두를 담아내고, 그라인딩을 한 후 탬핑을 해서 추출을 할 때 그 경험은 아직도 짜릿했다. 나는 그날 배운 것들을 노트에 적어내며 카페를 평생 하고 싶다는 메모를 꾸준히 남기곤 했다.


7. 커피가 너무 맛없어요.

 커피를 학생 때도 먹지 않았다. 이유는 너무 쓰고 맛없었기 때문이다. 카페 알바 2년이 지난 시점에도 커피는 너무나 쓴 존재였다. 그런 내가 커피의 맛을 알게 된 것은 1년이 지난 후였다. 4호점이 근처에 생기면서 내가 준직원 느낌으로 오픈을 담당하러 갈 때 원두의 세팅을 배웠을 때다. *원두의 세팅을 위해서는 커피의 맛을 보면서 조절해야 한다. 커피를 맛없다고 피하던 내가 원두의 세팅을 해야 한다니 너무나 고통이었다. 커피의 맛을 구별하고 세팅하기 위해 하루에 10잔 이상은 꾸준히 마셨던 것 같다. 좀비의 체험을 그때 해본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신맛, 단맛, 짠맛, 탄맛에 대한 개념이 혀에 입력되었고, 나는 그것을 토대로 세팅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프로페셔널한 알바 형들에 비해서는 귀여운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도 커피는 나에게 어른들이 마시는 음료로 다가온다. (내가 어른인데..)


 카페를 사랑해도 커피는 싫어하는 바리스타를 보았는가. 흠 나를 포함하여 알게 모르게 존재한다. 커피가 싫어도 카페는 좋아할 수 있다. 바리스타가 꼭 커피를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니다. 이 배움은 나에게 다른 깨달음을 주기도 하였다. 사람을 좋아해도 모든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 건 아닌 개념과 비슷하다랄까. 내가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커피를 좋아하지 않고, 카페를 좋아한 나는 카페에 찾아오는 손님에 대해서 최선을 다했다. 비록 커피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 할 수 없는 입맛을 가졌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능력을 발휘했다. 살면서 나에게 맞지 않는 것을 스트레스받으면서 맞추려고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나에게 맞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해내면 된다. 바리스타의 도전을 해보면서 두드리면 이루지 못하는 것들이 없고, 재능이 없어도 최선을 다 한다면 꿀리진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



 나는 우리의 삶이 커피와 같이 쓰기도 하지만 반대로 달콤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달콤한 부분들을 누구보다 만끽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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