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장에서 마주친 시간의 얼굴

by 자그노기

30년 전 결혼식과 지금의 결혼식은 정말 많이 달라졌다. 예전에는 부모님이 모든 것을 주도했지만, 요즘은 신랑과 신부가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준비한다. 작은 디테일까지 직접 챙기고, 결혼식 당일에도 서로 역할을 나누며 한 팀처럼 움직인다. 그래서 그날의 진짜 주인공은 누구나 보아도 신랑과 신부였다.


신부와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은 끝없이 길었다. 손하트를 하다 어색하게 찍힌 표정도 그대로 남았다. 사진작가는 신부에게 맞추어 촬영하느라 분주했지만, 신부는 친구들을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게 미안해 마음이 불편해 보였다.


식장은 여러 사람들로 북적였다. 친구, 친척, 엄마 손님, 아빠 손님, 동생 손님… 뒤엉켜 정신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축의금함이 채 준비되기도 전에 1시간 반 일찍 도착한 손님이 봉투부터 내밀기도 했다. 멀리서 온 손님이 먼저 도착하고, 가까운 지인은 너무 여유를 부리다 결혼식이 끝나서야 도착해 부부싸움까지 벌어졌다. 결국 식사만 겨우 하고 미안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 와중에 동생 친구 다섯 명이 모두 롱코트를 입고 서 있는 모습은 꼭 ‘독수리 5형제’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신부와 나는 9cm 크록스를 신고 겨우 버텼다. 우아한 한복은 보기엔 멋스럽지만 음식 먹기엔 너무 불편해 신경을 쏟느라 제대로 맛보지도 못했다.


사촌 형님들은 축하를 전하면서 “우리 애들은 결혼을 하려는 기미가 없어 속 터진다”며 웃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문득 떠올랐다. 내가 결혼할 때는 부모님의 연배였던 지금의 어른들이, 그 당시엔 이미 여기저기 고단함이 묻어 있는 모습이었구나. 그에 비해 나는 이제 그 어른들의 나이에 서 있게 되었고, 세월의 흐름이 한 번에 실감났다.


결혼하고, 자녀를 보내고, 나이가 들고… 인생은 그렇게 돌고 돌며 이어진다. 그 안에는 누구에게나 한 편의 드라마가 있다. 긴 세월을 버텨온 사람들, 이제 막 새로운 길을 걸어갈 사람들 모두가 한때는 결혼식의 주인공이었다.


잠깐의 하루를 위해 많은 노력이 들어가지만, 그 모든 과정이 인생의 한 장면으로 남는다.

처음의 마음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두 사람이 또 다른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 자기 역할을 다하며 아름다운 작품을 함께 만들어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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