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스노우볼에 갇힌 산타처럼 창 밖에 펑펑 내리는 눈을 보니 감희가 새로웠다.
누군가 지구라는 스노우볼 하나를
손에 쥐고 흔들어서 숨죽이고 있던 눈의 영혼들이 깨어나 세상을 온통 희게 만들어버린 것 같다.
두 눈을 이리저리 굴려도 사방팔방이 모두 하얗다.
눈이 내리는 그 순간만큼은 세상이 잠깐 숨을 고르는 것 같다.
소음 속에서 정신없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 멈추라고 하는 듯하다.
눈이 소복이 쌓여갈 때의 적막감.
거리가 고요해진다.
귀가 고요해진다.
희고 순수한 눈으로 인해 세상의 열기가 식고
그 순수함을 잠시라도 닮을 수 있다면
그런 거라면 내 마음에도 주기적으로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시끄러운 마음을 잠재우고 잠시라도 순수한 영혼을 가득 품어보고 싶다.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유리병이 되고 싶다.
외부에 힘이 가해지면 깨지겠지만
그렇다고 속성 또한 바뀌는 것은 아니니까
그 어떠한 걸 담아도, 어느 곳에서 바라보아도 모든 것을 투명하게 담아낼 수 있는
유리병이 되고 싶다.
유리병 속에 희고 순수한 눈을 가득 눌러 담고 싶다.
그 어떠한 걸 담아도 그것들의 가치를 잃지 않도록
반짝이는 건 더 반짝임이 돋보일 수 있도록
가치를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세상도
우리를 담아주고 있지 않는가.
어디에 담기더라도 존재 자체만으로
우리는 충분히 사랑스럽다.
그 어떤 걸 담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