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의 슬픈 추억
9월 중순, 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을 무렵, 남도의 땅에 붉은 물결이 장사진을 이룬다. 습한 지역 산기슭에 잘 자라는 꽃무릇은 고창 선운사, 함평 용천사, 영광 불갑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중에 영광 불갑사 초입에 붉은 꽃무릇이 붉은 융단처럼 펼쳐진다.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나는 탓에, 잎과 꽃이 서로를 만나지 못한 채 엇갈린다. 마치 그리움만 가득한 인연처럼. ‘이룰 수 없는 사랑’, ‘잃어버린 기억’, ‘슬픈 추억’이라는 꽃말을 지니고 있다. 하나의 꽃줄기에서 여러 송이의 붉은 꽃이 우산처럼 모여 피어, 보는 이의 가슴을 묘하게 저릿하게 만든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