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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아래 Oct 20. 2024

땅과 X축 같은 사람들

ISTJ 남자

세상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한 사람에 하나의 역사, 한 사람에 하나의 별.' 그 말이 맞다. 한 사람은 그만의 고유한 역사를 지닌 세계이다.


오늘 남편과 한 시간여 동안 사람에 대해 이야기했다.


고맙고 미안했다. 그에게는 다소 재미없는, 의미 없는 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시간을 내어주어 고마웠다.


그는 할 일이 많고, 바쁜 사람이다. 그리고 그 일은 중요하기도 하다. 당장 그 일 끝에 사람이 산다.


길거리에서 지나는 사람을 붙잡고 하는 설문조사에 귀찮은 기색이지만 끝까지 성실하게 답변해 주고 총총 사라지는 사람 같다.


그는 얘기를 끝내자마다 무심한 표정으로 총총 설거지를 하러 간다. 그 모습이 사랑스러워 안아주었다.


내 세상은 흐릿한 밑그림 같은 상태여서 한 사람을 통해 그 세계를 탐험하고 나면 딱 그만큼 선명해지고 풍성해진다.


나는 사람이 궁금하다. 세상은 사람으로 가득 차있고, 사람을 알아가는 것은 그래서 내게 현실을 살아가는 일이다.


남편은 나를 살리는 사람이다.​


나뿐만 아니라 자신의 손끝에 닿아있는 많은 아이들과 사람들을 살린다.


즉각적이고 실제적인 도움으로.


남편과 살면서 이 사람과 이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를 세밀하게 탐험하면서 '살리는 사람들'의 존재를 명확히 알게 되었다.


그들은 가장 아래에서 묵직하게 쉼 없이 굴러가고, 나처럼 자신을 의심하지도 본분을 잊지도 않는다.


그들은 이 세상을 지탱하는 가장 토대가 되는 땅 같은 사람들이다.​


모든 생명이 하늘 아래 존재하듯, 동시에 모든 것이 땅 위에서 살아간다.


남편이 자신의 땅 위에서 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맺고 수확을 해내는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불안한 내 세상 속에 그득히 안정감이 차오른다.


그는 좌표 공간의 기준이 되는 첫 번째 선인 x축 같은 사람.  


일차원적이지만 그것이 없으면 '존재' 자체를 시작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남편은 묵묵히 늘 가장 아랫선을 담당한다.​


흔들림 없이 성실하고 정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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