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 심할 때는 모든 결정이 불안에 의해 내려진다.
하지 않는 선택, 미루는 선택, 아예 포기하는 선택.
그땐 그게 나의 의지인 줄 알았다.
하지만 불안과 나 사이에 조금의 틈이 생기고 나서 알게 됐다.
감정이 있어도 행동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불안은 의견을 내지만 결정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오늘의 선택은 아주 사소했다.
외출을 할지 말지, 메시지에 답할지 말지, 잠깐 산책을 할지 말지.
대단한 용기가 아니라 그냥 내가 정했다는 느낌.
완벽하지 않아도 선택은 가능하다.
후회할 수도 있고, 잘못된 결정일 수도 있다.
그래도 그 선택이 불안이 아니라 ‘나’에게서 나왔다는 게 중요하다.
그 순간 삶에 다시 손을 얹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완전히 통제하는 건 아니지만 전부 빼앗기지도 않은 상태.
그 중간 지점이 지금이 나다.
불안은 여전히 있다.
하지만 나는 그 불안 위에 조심스럽게 하나의 선택을 얹는다.
오늘은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