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에는 도서관에 가는 게 그렇게 싫었는데 올해 연말까지는퇴직 전 유급휴직을 받은 터라 아침마다 도서관으로 출근하는 것이 너무 좋다. 물론 아직까지 동네 도서관이 낯설기는 하지만 조금씩 도서관의 시설이나 사용방법 및 프로그램 행사들도 알아 가고 있다. 도서관에 있는 책도 읽기는 하지만 주로 '교통안전 관리자용 수험서'를 집필해야 하기 때문에 주로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는 '노트북 섹션'을 매일 예약해서 이용한다. 그러다 보니 1층 엘리베이터 옆의 포스터와 배너들을 유심히 살펴보다가 '수요 영화제'에 눈길이 갔다. 매주 수요일 오후에 도서관 1층 소강당에서 영화들을 상영해 주고 있었다. 지난주 수요일 상영된 영화 제목은 신수원 감독의 '오마주'이다. 제20회 피렌체 한국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내역이 있는 작품이다.
영화 제목은 신수원 감독의 '오마주'이다.
신수원 여감독은 영화판에 뛰어들기 전에는 중학교 교사라는 경력과 영화 '푸른 소금(2011년, 이현승 감독)'의 각색에 참여한 것이 눈에 띈다. 영화의 주연은 이정은(지완 역)과 권해효(상우 역) 이 맡았다. 이정은은 최근 '기생충'과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인기를 얻은 여배우다. 줄거리는 영화상에서 여감독인 지완이 3편의 영화에 실패하고 좌절후에 아르바이트로 맡은 1960년 영화 '여판사(홍은원 감독)'의 필름 복원 작업을 맡으면서 겪게 되는 에피소드가 큰 줄기이다. 과거 60년 전에 홍은원 감독이 겪었을 여감독으로서의 어려움이 시대가 흘러감에 따라 다시 재현되는 '오마주'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주인공 스스로 치유되고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홍은영 여감독이 친구이자 촬영 여감독인 옥희에게 쓴 편지에는 홍 감독의 감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 홍일점 여감독, 빚 좋은 개살구", " 쥐뿔도 없는 주제에 기분에 죽고, 기분에 살자는 배짱", "세상일이 꿈이나 열정이나 인내심만 가지고는 이루어지지 않은다는 깨달음" 이라는 대사에서 당시의 여감독으로서 꿈을 갖는 여인들이 헤처나가야 할 난관들을 이야기 한다. 현재를 보면, 지완이 흥행실패로 영화를 포기하려는 공동제작자인 후배 세영(고서희 배우)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과거 홍 감독의 상황을 소환해서 대화한다. " 너, 영화 안 하면 뭐할래? 그렇게 영화 좋아하는 인간이", "어떻게든 살다 보면, 살아가겠지, 아니 살아지겠지" 마지막 시골의 할머니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옥희의 뒷모습이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판 영화 여자 삼총사의 씁쓸한 미래가 된 것이 안타깝다.
"어떻게든 살다 보면, 살아가겠지, 아니 살아지겠지"
뭔가를 찾아 헤매는 꿈을 꾸었다. 어딘가에 숨겨 놓았거나 잃어버린 뭔가를. 침대 밑에서 계단 아래에서, 오래된 주소에서 무의미한 것들, 터미니 없는 것들로 가득 한 장롱 속을, 상자 속을, 서랍 속을 샅샅이 뒤졌다. 여행가방 속에서 끄집어냈다. 내가 선택했던 시간들과 여행들을. 주머니를 털어 비워냈다. 시들어 말라버린 편지들과 내게 발송된 것이 아닌 나뭇잎들. 숨을 헐떡이며 뛰어다녔다. 내 것과 내 것이 아닌 것들 불안과 안도 사이를. - 오마주 (Hommage) 영화 지완 감독의 독백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