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성찰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채 Nov 06. 2022

소채관에서 반포관으로

100일 글쓰기(40일 차)_글 쓰는 곳

내 필명은 '소채'이다. '소식과 채식'의 약자이고 2년 전부터 독서 밴드 닉네임으로 사용하던 것이 이제는 나의 필명이 됐다. 그러다보니  내가 글을 쓰는 곳은 '소채관'이다. 왠지 '관'을 붙이면 있어 보이기 때문에 내가 글을 쓰는 곳을 그렇게 부른다. 물론 나 혼자 그렇게 부른다. 집에 있는 어느 식구도 모른다. 그러면 좀 어떠냐, 그냥 나 혼자 알고, 나 혼자 즐기면 그만인 것을 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내 서재에는 자동차 관련 책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공대를 졸업후 자동차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 보니 남들한테 처지지 않으려고 이것저것 읽다보니  그렇게 됐다. 하지만 몇 년 전에 읽은 <정리의 마법, 2012년, 곤도 마리에, 더난 출판사>라는 책을 읽고나서 오래된 전공 서적들을 모두 버렸다. 이제는 '소채관'은 인문학 책들로 채워졌다.


매일 새벽 5시가 되면 스마트폰의 알람은 어김없이 울린다. 새벽 5시는 아주 오래된 나의 습관이 되었다. 아주 오래전에 , 부산에서 근무하던 시기에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원 워크숍에서 만난 공병호 박사의 조언 때문이었다. 공박사는 본인의 경험을 들면서 새벽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했고 나의 머리에 그 얘기는 송곳처럼 각인돼서 그 이후부터 새벽 5시는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기준시간이 되었다. 물론 그때는 경영대학원 수업 준비와 직장에 필요한 전공서적과 자기계발서를 주로  읽었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여러 방면의 독서를 시작하고 글쓰기를 배우면서 내 삶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어리버리한 글쓰기 초짜지만 1년전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 되었다고 스스로 만족하고 있고  5년 후의 달라질 나를 기대하고 있다.


몇 달 전부터는 나의 글쓰기 장소는 집에서 도서관으로 바뀌었다. 회사를 퇴직하고 나서 여러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퇴직자가 하루 종일 집에 머무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인지하였다. 그래서 매일 아침 가방을 둘러매고 동네 도서관으로 출근을 한다. 직장생활 중에 그렇게 꿈에 그리던 '도서관'으로의 출근이다. 나는 동네 몇 군데의 도서관 중에서 '서초 반포 도서관'으로 정했다. 그래서 나의 글쓰기 장소는 '반포관'으로 바뀐 것이다.  반포관에는 다른 도서관에는 없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개인의 노트북을 가지고 가서 '타닥타닥' 소리 내서 얼마든지 키보드를 칠 수 있는 곳이다. 과제물을 하던, 강의 준비를 하던, 아니면 나처럼 글을 쓰던 옆사람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뭔가를 할 수가 있다.


어찌 되었던 나는 아직도 새벽 5시에 알람이 울리면 잠에서 깬다. 그리고 누워서 양쪽 엄지발가락끼리를 세차게  오십 번 정도 부딪히면서 온 몸의 세포를 깨운다. 그러고 나서 누운 상태에서 발목을 이십 번씩 원을 그리며 좌우로 돌린다.  허리와 어깨의 스트레칭도 하고 몸을 일으켜 세면장에 가서 머리를 감소 세수하고 소채관에 앉아 책을 읽고 독서 밴드에 인증을 한다. 벌써 2년 정도 몸에 밴 습관이라서 아침에 인증을 하지 않으면 하루가 찜찜하다. 그러고 나서 모친께 보낼 글을 낭독해서 녹음하고  아침인사와 함께 카톡으로 전송하고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도서관에서 글은 주로 점심식사 후에 졸리는 시간을 이용해 정신을 집중하고 글을 쓴다. 의외로 이시간에 집중이 잘 된다. 남은 시간은 책을 읽거나 출판사에서 의뢰받은 수험서를 집필한다.


내 평일의 일상이 이렇게 바뀌었다.
앞으로 얼마 동안 이렇게 보낼지는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오래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루를 보낸다.


 

매거진의 이전글 계획 인간은 피곤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