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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Nov 07. 2022

소소한 행복

100일 글쓰기(41일 차)_내가 좋아하는 말

'행복은 노력의 대가로 얻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소소함에 만족하는 것이다.'


내 책상 한 귀퉁이에 멋진 캘리그래피와 조그마한 화분, 그리고 빨간색 인장이 찍힌 소형 액자에 쓰여있는 문구이다. 몇 년 전에 서울 인근의 절에 계신 주지스님이 나에게 선물로 준 것이다. '불혹'의 나이대에서 '지천명'의 나이로 바뀌기 전에 나는 제2의 사춘기를 겪고 있었다. 삶에 공허감이 밀려오고 순간순간 우울한 느낌이 일상의 시간 사이로 비집고 들어왔다. 자녀들은  대입 준비에  온 집안 식구가 신경이 날카로워 지고 아내는 갱년기로 자주 신경질을 부리고 있는데 나까지 정신이 오락가락 우울증까지 느끼고 있었다. 마침 어린 시절 동네 친구였던 스님이 지리산에 있는 절에 '템플 스테이(Temple Stay)'를 추천했다. 아니, 난 천주교 신자인데 '절'에 가서 수양을 하라는 게 좀 이상하게 들렸지만 난 살기 위해 지리산으로 향했다.


따스한 봄 햇살이 내리쬐는 4월의 어느 주말에 승합차는 화개장터를 지나 지리산 골짜기를 타고 '상원사'에 도착했다. 그곳은 내가 알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도시의 어지러운 '동(動)' 이 자연의 평화로운 '정(靜)'으로 전환되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짐을 풀고 바로 툇마루에 앉아서 살랑이는 산바람에 내 몸에 묻은 온갖 고민과 근심 덩어리들을 날려 보냈다. 처마 밑으로 내리쬐는 봄볕은 광합성 작용으로 나의 기운을 북돋아 주었다. 오후에 몇 시간 동안 장작을 패면서 '울력'을 통해 땀을 내고 산사에서의 건강한 저녁을 먹고 잠시 '느리게 걷기' 체험 후에 '법회'에 참여했다. 인생을 살아가는 마음가짐에 대한 스님의 말씀과 함께 창문을 열고 산바라을 맞으며 명상의 시간을 가졌다. 밖은 이미 깜깜하고 하늘의 별만이 총총 빛나고 있었다.


산사에서 맞이하는 이튿날, 내 안에는 이미 우울이라는 감정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고 '평화', '안정', '행복' 같은 단어들만이 머릿속을 맴돌고 있었다. 그로부터 몇 달 뒤에 내 친구 스님이 기거하는 하남시의 '검단산'에 위치해 있는 절을 찾아갔다. 그곳에서 보살님들이 차려준 밥상을 마주하고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었다. 그 절의 주지스님은 환한 미소로 나를 환대해 주었다. 함께 수양을 하는 나이 든 비구니의 오래된 친구라고 하니 더 정겹게 대해 주신 거 같다. 헤어질 때 선물로  주지스님은 '행복에 관한 문구'를, 친구는 절에서 담근 '된장'과 '산초장아찌'를 안겨주었다. 너무 고마워서 잠깐이지만  '개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 이후로 나는 그 문구를 책상에 붙여놓고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쳐다보고 소리 내서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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