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일기쓰기는 늘 나의 고민거리였다. 내용도 빈약했고 그나마 매일 쓰기보다는 몰아쓰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내가 요즘 매일 글쓰기를 하고 있다. 나 자신이 놀랍고도 자랑스럽다. 그것도 올해 초 첫 번째 100일 글쓰기를 완주하고 나서 두 번째 도전이다 보니 더욱 그러하다. 솔직히 첫 번째 백일 글쓰기에서는 중간에 포기하려고도 했다. 왜냐하면 글쓰기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서 부친상을 치르게 되었기 때문이다. 일주일 정도 공백이 생겼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장례식을 마치고 병원에서의 마지막 순간들, 장례식장의 모습들, 화장터의 기억들 그리고 부친에 대한 아스라한 추억들이 고스란히 머릿속에 남아 그 기억과 느낌들을 몰아서 썼다. 그 이후로 꾸준히 페이스를 맞춰서 완주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첫 번째 100일 글쓰기 기간 중에는 매일매일 글을 썼지만 그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서는 매일 쓰기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글감이 떠오르면 다음날로 미룰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건 엉덩이의 힘이 길러진 이후에 나타나는 일종의 '글쓰기 중독'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머릿속에 이야기들을 글로 풀어냄으로 인해서 뭔가 엉켜있던 실타래를 술술 풀어냄에 따른 '카타르시스'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만약 이러한 머릿속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지 않고 다음날로 넘긴다면 왠지 화장실에 갔다가 낑낑대며 힘만 쓰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나오는 기분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엉켜있는 머릿속 이야기들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당연코 엉덩이의 힘이 필요하다. 실타래를 풀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확실히 함께 글쓰기를 할때보다는 혼자 글을 쓰고 싶을때만 쓰다보니 긴장감도 떨어지고 게을러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 마침 글쓰기 친구로부터 숭례문 학당의 100일 글쓰기 수업을 수강하려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혼자 하는 것보다는 친구와 함께 수강을 하면 다시 한번 더 쉽게 해 낼 수 있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100일 글쓰기를 한다는 것은 '고행의 길'로 다시 들어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감히 같이 하겠다고 쉽게 얘기 할 수가 없었다. 그 친구는 시작일 몇 달 전에 이미 등록을 마친 상태였으나 나는 차일피일 미루다가 수강일 바로 전날 밤에서야 고민을 거듭하다 마침내 등록을 했다. 백프로 자발적(?)으로 다시한번 '고행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20여 명의 수강생들 중에 새벽 일찍 글을 올리는 수강생들도 있고 당일 마감시간 전에 올리는 수강생들도 있다. 새벽에 글을 쓰고 나면 하루가 평화롭지만, 마감시간이 돼서야 글을 쓰면 하루 종일 못다 한 숙제처럼 시달린다. 내 친구, 부지런쟁이는 아침 7시에 글을 올린다. 새벽에 그 글을 보고 킥킥대며 웃기도 하고, 가슴이 찡하게 동감을 하기도 한다. 나의 두 번째 '100일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할때의 마음은 내가 친구의 '페이스 메이커'가 되서 친구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는데 결국은 그 반대가 되었다. 매회가 지나갈수로 성장하고 있는 친구의 글은 매일 아침, 나에게도 자극을 준다. 친구를 따라 나도 열심히 쓰다 보니 벌써 50일이 지났다. '시작이 반이고 50일이 지났으면 이제 남은 50일은 거저먹는 거 아닌가' 하는 최면을 걸어 보기도 한다.
앞으로 50일이 지나서 완주하는 날의 환희를 생각하며 하루하루를 마늘을 먹는 '곰'의 심정으로 엉덩이에 힘을 주고 버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