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너는 올 한 해 동안 읽은 책이 몇 권인 지도 모르냐?"라는 친구의 말에 조금은 창피한 느낌이 들었다. 작년에는 100권 읽기를 목표로 하다 보니 책을 읽을 때마다 몇 권째인지 확인을 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그냥 편하게 읽었다. 물론 독서 밴드에 매일 독서인증글을 올렸으니 그걸 확인해 보면 대략 몇 권인지는 알 수 있지만 그게 뭐 중요한가 싶어서 카운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친구의 말대로 기록을 하지 않으면 어떤 책을 읽었는지, 그 책을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내 생활에 그 글이 영향을 미쳤는지 알 도리가 없다.
"아니, 너는 올 한 해 동안 읽은 책이 몇 권인 지도 모르냐?"
친구가 보여준 독서노트에는 읽은 책의 리스트와 기억하고 싶은 글귀, 그 글귀에 따른 본인의 생각 등이 메모되어 있었다. 몰라서 못한 건 지나간 일이고, 이제서라도 배웠으니 나도 독서노트를 쓰기로 했다. 몇 권 읽었는지에 대한 얘기가 나온 이유는 '100일 글쓰기' 주제로 '올해 가장 인상 깊었던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나온 것이었다. 어찌 되었던 올해 나에게 있어서 Top 3 책은 <라틴어 수업, 2017년, 한동일 지음>, <구십도 괜찮아, 2021년, 김유정 지음>, <제주올레 인문여행, 2021년, 이영철 지음>이다.
첫 번째 책인 <라틴어 수업>은 7월 무더운 여름날, 선릉역에 위치한 최인아 책방에서 한동일 신부의 북콘서트에 참석하기 위해 부랴부랴 읽은 책이었다. 내용이 그리 쉬운 책은 아니라서 백 프로 이해를 하지는 못했지만 콘서트를 통해서 저자의 철학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가지고 간 책에는 '그대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는 권리'라는 저자의 친필서명을 남겨주었고 강연에서는 '후회하지 않는 삶'이라는 화두를 통해 가슴속 깊이 간직할 수 있는 남은 내 삶의 방향성을 제시해 주었기에 좀 더 기억에 남는 책이 되었다.
두 번째 책인 <구십도 괜찮아>는 강화도의 '국자와 주걱'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동네서점에서 모친을 생각하며 구입한 책이다. 90세의 주인공 봉여사의 일상이 너무 리얼하기도 하고 읽는 동안 모친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많았다. 하루에 한 개의 에피소드를 낭독해서 카톡으로 모친께 전송을 했다. 8월부터 다시 낭독하며 읽기 시작해서 어느새 70개 정도의 에피소드를 보내고 한 권을 다 읽었다. 몇 주 전부터는 모친이 낭독을 하시고 그 파일을 아침마다 내게 보내주신다. 요즘엔 목소리에 연기도 하신다. 건강한 목소리를 들으면 너무 좋다.
마지막 책은 <제주올레 인문기행>이다. 이 책은 제주도 올레길을 떠나기 전인 8월 말에 구입해서 한 달 계획을 세우기 위해 읽었다. 내가 알고 있던 제주도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제주의 곳곳에 숨어있었다. 제주에 대한 생각을 바꾸어 놓았다. '목호의 난', '제주 4.3 사건'등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을 갖고 제주도를 여행할 수 있게 해 주었다. 9월 한 달 동안 올레길을 걸으면서도 충실한 가이드북이 되었다. 특히 이 책은 매일 17km 정도의 길을 걷고 지친 나에게 매일 밤 27개의 글을 쓸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다음에 제주도에 가게되면 나는 또 이 책을 읽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