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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Dec 27. 2022

지하철 '사랑의 편지'라고요

100일 글쓰기(91일 차)

'딩동~, 딩동' 연신 울려대던 '브런치'의 알람은 이제는 더 이상 울리지 않는다.  알람이 울릴 때마다 스마트폰을 확인하는 중독 현상에 시달리면서 알람음을 제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람은 울리지 않았지만 스마트폰을 통해서 평소에는 보지 못했던 '브런치 알람글'이 표시되었다. "기타 목적으로 **님이 제안을 하였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브런치에 등록하신 이메일을 확인해 주세요."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에 올해(2022년) 5월부터 글을 올리기 시작한 이후로 이런 메시지를 받은 것은 처음이다. 나는 그냥 별생각 없이 '아! 브런치에는 이렇게 누군가가 뭔가를 제안하는 기능도 있구나'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누군가 내 글을 보고 제안했다는 말에 도대체 뭘 제안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아! 브런치에는 이렇게 누군가가 뭔가를
제안하는 기능도 있구나'


하던 일을 멈추고 스마트폰의 이메일을 확인했다. 며칠 전에 브런치에 올린 <잠시 빌러 온 것일 뿐, 2022. 12.20>이라는 글을 읽으신 독자분께서 이 글을 전국 도시철도 및 철도 승강장의 2,000여 개의 액자에 포스터로 만들고자 하는 제안이었다. 요즘 워낙 스마트폰을 통해서 '보이스 피싱'이나 '스팸' 문자들이 수시로 날아들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혹시 이게 그런 건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이메일을 캡처해서 친한 글쓰기 친구에게 자랑반, 확인반 하는 마음으로 카톡 전송을 했다. "세상은 믿을 만 해요." 라는 문자와 함게 "우와~!!  작가님!!! 앞으로 받들어 모실게요."라는 축하의 말을 보내왔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힘과 용기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약간의 흥분도 되었다. 집에 와서 바로 제안자에게 답장을 썼다.   


평소에 지하철을 이용할 때 기다리는 동안 승강장 유리문에 적혀있는 '시' 나 벽면에 걸려있는 '사랑의 편지'를 읽고 있으면 가끔 울컥울컥하던 나였다. 마음으로 쓰고 감동이 전해지는 글을 쓰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 '저런 글들을 쓰는 사람들은 정말 대단하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연히도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다.


매일 아침마다 독서를 함께하는 온라인 동호회에서 함께 읽고 있는 <인생수업,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에서 본  한 문구,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은 잠시 빌려온 것에 불과합니다.'를 모티브로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쓴 글이 누군가에게 울림을 준 것이다. 고맙고도 감사한 일이다. 내년 2월경에 지하철 역사 내에 걸려있는 내 글을 상상하니 광대가 승천한다. 오늘따라 귀갓길에 본 지하철 액자에서는 광채가 천장을  뚫고 올라간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은 잠시 빌려온 것에 불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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