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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Feb 20. 2023

등산의 목적, 그게 뭐(강화도 해명산)

100회 글쓰기(27회 차)

등산도 좋아하지만 영화도 내가 좋아하는 취미활동이라서 주말에 가끔 넷플릭스로 영화를 시청한다. 가족들과 함께 주말에 넷플릭스 프로그램을 훑어보는 중에 유난히 제목이 눈에 띄는 영화가 있다. <등산의 목적, 2016년, 조형운 감독> 이 영화 포스터로 보이는 순간 아내와 딸의 시선은 나에게로 모여진다. 내가 뭘 어쨌다고 나를 쳐다보는지 모르겠다.


아니 쳐다보는 것보다는 약간 째려보는 듯한 표정이다. 솔직히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 영화를 보고 싶었으나 볼 수가 없었다. 영화 포스터에는 여자의 빨간 배낭과 하얀 바지의 뒷모습 옆에 남자가 그녀를 쳐다보고 있고 포스터 윗면에는 '산만 탈 줄 알았어?'라는 문구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정적인 단어를 연상하게 했기 때문이다.


강화도 해명산을 가기 위해 모인 인원은 모두 15명이다. 몇 년 전부터 함께 등산을 같이 한 오래된 회원들도 있고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회원들도 있다. 연령대가 다양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사십 대에서 오십 대가 주를 이룬다. 백대명산을 한창 진행하던 삼사 년 전에는 소형버스를 타고 전국을 누비다 보니 비를 쫄딱 맞고 새벽부터 야간까지 강행군을 했던 적도 많았다.


몇몇 회원들과는 백패킹을 하며 새벽에 부스스한 생얼로 아침을 챙겨 먹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등산 동호회 회원들은 전쟁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 같기도 하고 '가족' 같은 느낌도 있다. 미안하지만 영화 포스터 문구 같은 생각은 전혀 들지를 않는다. 물론 가끔 등산 없이 저녁식사 번개가 있을 때는 전혀 딴 사람으로 바뀌는 회원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등산 동호회 회원들은 전쟁터에서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 같기도 하고 '가족' 같은 느낌도 있다.



강화도가 서울에서 장거리에 있지는 않지만 여러 사람이 갈 때는 버스를 대절해서 이동하면 여러모로 편리하다. 토요일 8시에 사당에서 집결하고 중간에 일산 대화역에서 나머지 회원을 태우고 강화도에서도 한참을 더 지나 석모도 전득이 고개에서 하차했다. 10시가 조금지나 들머리에서 출발해서 해명산 정상(327m)을 거쳐 방개고개, 새가리고개를 지나 보문사 주차장으로 하산하는 것이 오늘의 산행경로이다.  


정상의 높이가 높지는 않지만 약 4시간 동안 오르락 내리락을 일곱 차례 정도를 반복하니 등줄기에는 흥건히 땀줄기가 흘렀다. 등반대장의 능숙한 리딩으로 한 번의 '알바(등산용 은, 정상적인 길을 벗어나 헤메는 것을 말함)' 없이 중간중간 거의 봉우리마다 짧은 휴식과 끊이지 않는 행동식으로 산행의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산행 전날까지 함께 하기로 했던 회원은 18명이었으나 밤새 고열, 감기, 코로나의심 등으로 인해서 3명이 갑자기 참석을 하지 못해서 아쉬웠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참석 못한 회원을 대신하여 산에서 또 다른 회원 세명을 만났다. 산행 중에 반대편에서 산악마라톤으로 열심히 뛰어지나 가면서 오랜만에 조우한 A군, 날머리 식당 근처에서 다른 산악회 일정으로 함께 못한 B군, C 양 을 강화도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다.


아참, 그러고 보니 버스 중간지에서 다른 지방 산행일정으로 얼굴만 잠깐 보았던  또 다른 등반대장인 D군까지 비공식적으로는 총 19명이 함께 했다. 4시간 정도의 산행을 마치고 날머리 해물칼국수 식당에 자리를 잡고 늦은 오후 강화도 인삼막거리를 맘껏 들이킨다. 오늘도 나는 함께 하고픈 산행 식구들과 내 삶의 한 페이지를 행복이라는 단어와 함께 써내려간다. 과연 당신이 생각하는 등산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당신이 생각하는  등산의 목적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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