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꼭 해보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도서관 독서모임'이었다. 자주 다니는 도서관에 붙은 신입회원 모집 공고를 보고 작년 말에 가입을 했고 2주에 한 번씩 도서관에 모여서 두 시간 정도 토론을 한다. 헤아려 보니 오늘까지 한 번도 빼먹지 않고 여섯 차례의 모임에 참석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랑의 역사>, <싯다르타>, <크리스마스 캐럴>, <생의 한가운데>를 읽었다.
그리고 오늘 <휴먼카인드, A Hopeful History>를 읽고 독서 토론에 참여했다. 평소 혼자 책을 읽었다면 과연 함께 읽었던 여섯 권의 책을 읽을 기회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모임은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돌아가면서 발제하고 리딩을 한다. 매번 독서토론을 리딩해주는 회원들 덕분에 조금씩 성장해 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휴먼카인드, A Hopeful History>를 읽고 독서 토론에 참여했다.
나는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여태 한 번도 독서토론 발제를 하지 못했다. 거기다가 하필 다음 달부터 당분간 더 이상 도서관 독서토론에 참여를 할 수가 없어서 너무 아쉽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독서토론 모임이 이제는 얼굴도 익숙해지고 개인성향도 알게 되어서 토론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하는 상황이라서 더 아쉽다.
조금 오버해서 말하자면 '먹튀' 하는 회원이 된 느낌이다. 리딩을 받기만 하고 주지는 못해서 그런 느낌이 드는 듯하다. 사실 나도 몇 가지 함께 하고 싶은 책이 있었다. <쇼코의 미소>, <아버지의 해방일지>, <행성어 서점> 은 다른 모임에서 함께 책을 읽고 토론도 해본 적이 있어서 추천해보고 싶었다.
'휴먼카인드'의 저자는 네덜란드 출신인 '뤼트허르 브레흐만'이며 네덜란드에서 2019년 출간 후 40만 부가 팔렸고 국내에서는 2021년에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은 과연 이기적인가'라는 화두를 던지고 현대인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이기적 유전자', '루시퍼 이펙트(Lucifer effect, 스텐퍼드 감옥실험)', '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 등의 고정관념을 조곤조곤 논리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설명한다.
'성악설(홉스, 순자)'과 '성선설(루소, 맹자)'의 논쟁에서 저자는 성선설의 손을 높게 들어주었고 나도 책을 읽고 성선설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졌다. 독서 후에 저자가 궁금해져 동영상을 찾아보다가 저자의 나이(1988년생, 34세)를 보고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전 세계 독자에게 던지는 내용이나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 생각했기때문이다.
독서토론은 제일 먼저 인간의 본성은 '성선설' 쪽인가, 아님 '성악설' 쪽인가에 대한 참석인원 개개인의 생각을 물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책을 읽고 나서 저자의 설득에 거의 넘어가 있었기 때문에 다른 회원들도 그럴 거라 생각했는데 '성악설' 쪽에 손을 든 회원들도 있었다. 이래서 독서 토론의 묘미가 있다.
나와 다른 생각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이견을 듣는 것은 독서토론의 또 다른 재미이다.
이어서 영국대공습(1940년)과 독일폭격 사건(1945년), 뉴스에 대한 '가용성 편향' , 벤저민 플랭클린의 '문명의 속박과 야만의 삶', 스탠리 밀그램의 '전기충격실험',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 캐서린 제노비스의 죽음을 통한 '방관자 효과' 등이 토론되었다.
내용으로 보자면 1박 2일 워크숍을 해야 할 정도이지만 압축해서 바쁘게 두 시간으로 마무리를 했다. 어느 회원의 말처럼 이 책은 '착한 책' 이면서 '사람을 착하게 만드는 책'이다. 다소 두꺼운 벽돌책(587쪽)이지만 내용이 생각보다는 딱딱하지 않고 흥미롭고 술술 읽힌다. 인간의 심성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빨리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