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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Apr 01. 2023

임금님이 찜한 '선' 요리

두부선

어느 시대, 어떤 임금님의 입맛을 사로잡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간택된 요리명 끝에는 '착할 선(善)'을 붙였다. 당시에는 임금의 주관적인 평가에 의해 선정되었겠지만 후세에 와서는 좋은 재료, 균형적인 영양소를 갖추고 있는 요리로 객관화되었다. '선' 조리법은 끓이기도 하고 찌기도 한다. 주로 사용되는 재료는  호박, 오이, 가지, 배추 등의 식물성 주재료에 소고기, 표고버섯, 석이버섯 등의 부재료이다.


대부분 소를 채워 육수를 붓고 잠깐 끓이거나 찜통에 찌는 음식이다. 대표적인 요리로 호박선, 오이선, 가지선, 고추선, 두부선 등이 있다. 오늘 메뉴인 두부선은 두부에 닭고기 가슴살이나 다리살을 곱게 다져 섞어서 여러 가지 고명을 얹어 찐 음식이다. '임금님이 먹어보고 별 다섯 개를 주시고 다음에 또 먹겠다고 찜하셨기 때문에 찜을 쪄서 먹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임금님이 먹어보고 별 다섯 개를 주시고
다음에 또 먹겠다고 찜하셨기 때문에 찜을 쪄서 먹는 건가'



단단한 두부를 면포로 짠다. 전에도 두부를 쪄본 적이 있는데 짜고 나서 면포의 작은 구멍사이로 두부찌꺼기가 가득 차서 생각보다 짠 두부의 양이 적은 경우가 있었다. 요령을 몰랐기 때문이다. 두부를 짤 때는 면포를 물에 적셔서 두 겹으로 겹쳐서 짜야한다. 가능하면 물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칼 옆면으로 힘껏 으깨서 미세하게 만들어야 한다. 닭고기살은 기름을 제거하고 채를 썰고 팔에 근육통이 생길때까지 힘있게 다진다.


으깬 두부와 잘게 부순 닭고기살을 섞고 '소설파마 후깨참(소금, 설탕, 파, 마늘, 후추, 깨, 참기름)'으로 양념을 하고 치대면서 반죽한다. 석이버섯은 돌 위에서 자라는 버섯으로 돌에 붙었던 부분에 돌가루가 있으니 소금을 묻혀 채에 벅벅 씻어낸다. 고명으로 사용되는 표고버섯, 지단, 실고추는 2cm 길이로 준비하고 채를 썬 석이버섯과 비늘잣을 네모나게 만든 반대기 위에 보기좋게 올리고 손바닥으로 꾸욱 눌러준다.


면포를 받치고 찜통에 넣고 물방울이 떨어져도 고명이 흩뜨려지지 않도록 살짝 덮어준다. 찜통에서 강한 불에서 10분간 쪄내고 불을 끄고 5분간 뜸을 들인다. 시간이 지나면 찜기에서 꺼내 충분히 식힌 후에 네모나게 한입 크기(3cm x 3cm x 1cm)로 자른다. 자른 면이 매끈하게 보여야 요리시험에 통과한다. 부슬부슬한 면이 나오면 반죽할 때 충분히 공기를 빼지 않았던지 찜이 제대로 안 쪄진 것이다.


소스는 찜을 찌는 동안 만들어 놓는다. 연겨자는 발효가 필요 없이 사용되나 가루겨자는 발효가 필요하다. 40도 정도 동량 물을 섞어 10분간 발효시킨 후에 설탕, 소금, 간장, 식초 순으로 섞고 물을 부어 연겨자소스를 완성한다. 겨자가루에 넣는 순서가 뒤엉키게 되면 '톡' 쏘는 제대로 된 소스맛이 안 난다. 하지만 나는 발효시키기 전에 가루겨자에 설탕을 섞어버렸다. '망했다!' 하지만 재빨리 남들 눈치채기 전에 다시 만들었다.

'망했다!' 하지만 재빨리 남들 눈치채기 전에 다시 만들었다.
[좌] 두부선 재료    [우] 요리선생님이 만든 북한식 두부밥 (전분으로 구워내고 다진고기와 양념부추 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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