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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Apr 26. 2023

비가 오면 '전전 응응'

표고 전, 풋고추 전

"비가 오면 집에 가서 빈대떡이나 붙여먹지~♪" <빈대떡 신사, 1943, 한복남 가수>라는 노래를 개사해서 비가 오면 속으로 흥얼거린다. 천장을 두들기는 빗소리가 마치 빈대떡을 부칠 때 지글지글하는 소리와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비가 오면 막거리와 빈대떡이 당긴다. 물론 빈대떡과 더불어 '전'도 비 오는 날 막거리와 찰떡궁합이다. 집 근처 '전주 전집'은 비 내리는 날 생각나는 가성비 최고인 단골집이다.


모둠전을 시키면 소쿠리로 깜짝 놀랄 만큼의 양을 제공해 주고, 한 10분 후에 다시 한번 그만큼 더 제공을 해준다. 그중에 개인적으로는 고추전을 좋아한다. 다른 전들은 고소한 기름과 달걀물에 노릇노릇 지져져서 부드러워진 느낌 때문에 맛나지만, 고추전은 뜨거운 열을 참아낸 파란색 껍질의 아삭거리는 식감이 특출 나서 더 좋다. 혹시라도 비 오는 날 친구가 '전, 전?' 하고 물어보면 자동응답기처럼 '응, 응'이라고 대답한다.

비 오는 날 친구가 '전, 전?' 하고 물어보면
자동응답기처럼 '응, 응'이라고 대답한다.

 



요리실습시간에 재료를 제공할 때는 조별 순서대로 재료용 접시를 들고나가서  하나씩 골라 담는다.  하필이면 이십 명의 수강생 중에 제일 마지막으로 재료를 담는 상황이 벌어졌다. "으악~, 큰일 났다." 고르고, 말고 할 상황이 아니다. '선택권'이라는 것은 이미 박탈된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남은 풋고추 4개와 표고버섯 5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쬐그마한 풋고추와 갓이 찌그러지고 잘려나간 표고버섯은 웃으면서 나를 반겨주었지만 나는 속으로 울고 있었다. 남은 재료들을 고스란히 그릇에 담아 내 자리로 돌아왔다. 고추도 그렇고 표고버섯도 마찬가지로 속에 양념한 고기소를 채워 넣고 떨어지지 않도록 요령껏 지져내야 한다.  과연 완성접시에 담아낼 때까지 고기소가 고추 껍데기와 표고버섯 속에서 무사히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풋고추는 반을 잘라 씨를 제거하고 끓는 물에 '넣소, 뺏소'를 하며 매운맛을 빼면서 색깔 유지를 위해 살짝 데쳐준다. 고추 안쪽의 씨가 붙어있던 줄기는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 나중에 고기 속이 고추와 이탈되지 않고 고정되게 하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소고기를 다지고 두부를 으깨서 간장 대신 소금으로 불고기 양념(소설파마 후깨참)을 해서 잘 치대 준다. 


고추 안쪽에 밀가루를 묻히고 소를 편편하게 채워 넣고 옆으로 삐져나온 소는 제거하고 고추 절단면은 약간 튀어나오도록 소를 보충한다. 편편해진 면을 다시 밀가루, 달걀물을 차례로 묻힌 후 식용유를 두른 팬에 약불로 지진다음, 불을 끄고 뒤집어서 껍질 부분도 살짝 굴려서 지진다. 이때 고추를 세워 익혀내야 한다. 팬이 뜨거워 손으로 고추를 세우기가 어려워 생략하면 고기 속이 제대로 익지 않음으로 주의해야 한다.




표고 전을 만들기 위해 표고버섯기둥을  제거하고 안쪽에 소를 고정시키기 위해 칼집을 넣은 후 물기를 짜고 유장(간장, 참기름) 처리를 한다. 쌉쌀한 맛을 줄이기 위해 설탕도 소량 넣어준다. 방망이를 세워 표고버섯 안쪽을 눌러서 편평하게 하는 동시에 안쪽에 어느 정도의 공간을 확보한다. 안쪽에 밀가루를 묻히고 고추전과 동일한 방법으로 만든 고기소을 채워 넣고 버섯갓 안쪽까지 소를 밀어 넣는다. 


소가 들어간 면에만 
밀가루, 달걀물을 순서대로 묻힌다. 식용유를 두른 팬에 달걀물이 묻은 면을 약불에서 완전히 익히고 뒤집어 타지 않게 살짝 지진다. 표고전이 요리조리 기능사 시험에 출제되면 평가기준은 3가지이다. '표고버섯에 유장처리를 했는지, 놀부처럼 소를 너무 많이 넣지는 않았는지, 고기소가 버섯에서 분리되지는 않았는지'이다.  무사하게 완성그릇을 제출하고 나니 불편했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풋고추와 표고버섯만 있으면
비 오는 날에도 외롭지 않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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