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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May 06. 2023

내싸랑, 백아순

두부조림, 두부젓국찌개

'백아순'은 두부의 옛 이름이다. '두부(豆腐)'의 어원은 콩으로 만든 '액체도 아니고 고체도 아닌 것 같은 상태'에서 비롯되었다. 두부는 대중적인 식재료이자 채식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단백질과 식물성지방의 주공급원이다. 나는 채식을 시작한 지 2년이 지났다. 그동안 악착같이 채식만 고집하다가 요즘은 한식요리를 배운답시고 매일 소고기 채를 썰고 계란 지단을 붙이고 이것저것 음식맛을 본다고 본의 아니게 느슨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육고기를 먹지 않으려는 노력은 계속하고 있다.  반면에 두부는 보이는 대로 먹는다. 맛도 맛이지만 먹고 나면 우선 속이 편안하다. 게다가 단백질이나 지방을 섭취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더 먹으려고 한다. 채식을 시작할 때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고기 안 먹으면 근육이 안 생긴다.", "단백질 안 먹으면 쓰러진다."였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하는 말이 있다. 그럼 " 풀만 먹는 코끼리나 말 근육은 뭐지?" 


결국 2년 동안 고기(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멀리하고 두부를 열심히 먹다 보니 몸상태가 상대적으로 좋아졌다. 몸무게는 10kg(대부분 지방으로 추정) 정도 빠지고 바지 허리사이즈도 4인치 정도 줄었다. 중성지방과 콜레스테롤 수치도 급격하게 줄고 고혈압도 정상혈압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주위사람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고기를 안 먹는다고 쓰러진 적도 없었고 근육량이 줄어들지도 않았다. 아무래도  두부와 사랑에 빠졌기 때문인 듯하다.




요리수업시간에 두부조림의 조리과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두부를 잘라서 팬에 굽고 냄비에서 조림장에 조려내면 끝이다. 하지만 결과물은 예상과는 다르게 잘 조려 지지 않아서 허옇게 보였다. '아니, 내가 두부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이 정도밖에 못하지' 하는 자책감으로 귀갓길에 마트에서 두부를 샀다.  레시피를 다시 숙지하고 집에서 다시 두부조림을 시도했다. "젠장!" 또 실패다. 이번에는 깜장 두부조림이 되었다. 


며칠 후 집에서 다시 3차 시도를 하고 나서야 제대로 색이 만들어졌다. 세상에 쉬운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단한 레시피인데도 삼세번은 해야 마음에 드니 다른 요리들은 어찌할지 걱정이 앞선다. 결과적으로 두부조림은 다시 학원에서 4번째 만들고 나서야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다. 물론 시험장 문제로 나와서 백 프로 완벽하게 해낼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맛난 두부조림은 해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그나마 위로가 된다.




방송에서 고두심 배우가 강화도를 방문해서 먹은 '두부 젓국갈비'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며칠 뒤에 요리학원에서 실습하게 된 '두부 젓국찌개'가 반가웠다. 두부젓국찌개는 갈비가 들어가지는 않지만 새우젓과 생굴을 두부와 함께 우려낸 맑은 찌개이다. 굴은 소금물에 흔들어 씻어 물기를 빼두고 두부와 실파는 한입크기로 자른다. 홍고추는 반을 갈라 씨와 속을 빼고 길이 3cm(폭 0.5cm)로 썰고 새우젓을 면포에 걸러 국물만 밭쳐둔다. 


물 2컵(400ml)을 붓고 새우젓 국물과 소금으로 간을 하고 두부를 넣어 끓이고  두부가 떠오르면 굴과 다진 마늘을 넣고 거품을 걷어낸다. 마지막으로 홍고추와 실파를 넣고 불을 끈 후 참기름을 한두 방울 떨어드리면 끝이다. 시험장에서의 요구사항은 200ml 국물을 확인함으로 완성접시에는 건더기를 먼저 담고 나중에 컴으로 계량해서 요구량을 확인해야 한다. 잘 익은 두부젓국찌개의 두부를 살짝 건져 입안에 넣으면 나는 다시 그녀(백아순)와 사랑에 빠진다.


[사진] 위 (왼쪽부터 1차, 2차, 3차시도)   아래(4차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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