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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un 15. 2023

물속에 풍덩, 떡

경단

'떡'이라고 함은 찌거나(시루떡), 치거나(인절미) 해서 만드는 걸로만 알았다. 그런데 끓는 물속에 넣어 익히는 떡(경단)을 보고 '그 거 참 신기하다'라고 생각했다. 선조들은 쌀가루를 이용해서 밥대신 떡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또 여러 가지 부재료를 추가해서 먹었다. '떡'이라고 하는 음식도 조리법이 조금씩 발전하고 변형되어 왔을 것이다.


요즘도 새로운 퓨전음식들이 매일 생겨나듯이 말이다. 어찌되었던 '경단'은 찹쌀가루를 익반죽 해서 동그랗게 빚어서 끓는 물에 삶아 건져 콩고물, 깨고물, 팥고물, 녹두고물등을 묻힌 떡으로 떡 제조 기능사 시험에서는 콩고물을 묻혀서 제출해야 한다. 실습시간에 잘 만들어진 경단과 함께 몇 가지 떡을 귀갓길에 본가에 들러 어머니께 드리면서 '경단'이 신기하단 말을 했더니 한 말씀하신다.


" 야! 그거, 너 10살 때까지 엄마가 생일 때마다 해줬는데, 그걸 기억 못 하니?"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생일 때 찍은 사진에 올려진 동그랗고 빨간 팥수수경단이 있었던 거 같기도 하다. 이놈의 '기억력'이란 게 문제다. 허긴 내가 먹기만 했지, 엄마가 만들걸 본 적이 없으니 그럴 만도 했다. 아니면, 혹시 쿠팡이나 컬리 새벽배송을 이용하셨으면 어찌 내가 알겠냐 만은.


" 야! 그거, 너 10살 때까지 엄마가 생일 때마다 해줬는데,
그걸 기억 못 하니?"




찰쌀가루(200그램)에 소금(2그램), 팔팔 끓는 물(4큰술)을 넣고 익반죽을 한다. 익반죽은 끓는 물을 넣어 반죽하는 것으로 모양을 만들 때 갈라지지 않고 매끈하게  익고 시간도 단축된다. 그래서 부꾸미, 송편, 경단처럼 우선 빚어야 하는 떡은 익반죽을 한다. 반죽은 저울을 이용해서 20개 등분(개당 11그램 정도)하고 손바닥 사이에 놓고 동그랗게 빚는다. 등분하면서 빚는데 시간이 걸려 그동안 마를 수 있으니 젖은 면포로 덮어놓으면서 해야 한다.


끓는 물에 경단을 넣어 삶아 떠오르면 찬물(반컵)을 넣고 다시 물이 끓을 때까지 삶는다. 마치 뜸을 들이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삶은 경단은 체로 건져 찬물을 담은 그릇을 2개 놓고 식히고, 다시 식힌다. 완전히 열기를 식혀야 서로 들러붙지 않는다. 물기를 탁탁 털어서 고물이 담은 그릇을 2개 놓고 골고루 굴려서 콩고물을 묻히고, 접시를 옮겨 다시 묻히고 완성접시에 20개를 모두 올린다.


인절미와 경단은 만들어 놓고 보면 한입에 쏙 집어넣어 먹기 좋은 크기로 되어 있다. 겉에 콩고물을 묻힌 것도 같다. 하지만 같은 찹쌀임에도 전혀 다르다. 경단이 인절미보다 씹는 식감이 부드럽다. 채소나 나물을 끓는물에 데치면 부드러워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인절미는 제조과정 중에 공이 방망이로 힘차게 내리치다 보니 더 찰지게 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경단의 고소함과 부드러움에 한 알, 두 알 계속 손이 간다.


[사진] (좌) 레시피  (우) 두번째 만들어본 경단(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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