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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채 Jul 08. 2023

거참, 수프이름이 뭐였지

미네스트로네 수프(Minestrone Soup)

미네르바 수프인가, 아님 미리내 수프인가. 도대체 수십 번을 발음해도 입안에 착착 감기지가 않는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미네스트로니' 보다는 '미네스트로네'로 표기된 것이 더 많다 그나마 '~니' 보다는 '~네'가 발음하기가 쪼금 낫다. 어원을 찾아보니 역시나 발음하기 어려운 라틴어에서 왔다. 라틴어로 '미네스트라레(minestrare)'는 '제공하다', '나눠주다'는 뜻이 있고 여기에 '-one'이라는 접미사를 붙이면 그 뜻이 '빅 수프(big soup)'가 된다.


이름처럼 수프에는 큼직한 채소와 파스타 건더기가 가득 들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중식요리는 요리명을 보면 식재료와 조리방법이 나온다. 예를 들면 '깐풍기'라고 하면 '마르게 조린 닭고기 요리'를 뜻하기 때문에 한두 번 따라 해 보면 이름만 들어도 레시피가 머리에 떠오른다. 하지만 양식은 이름만 들어서는 레시피가 떠오르기는 커녕 요리이름조차도 기억하기가 힘들다.  




고등학교 시절, 친구네 부모님이 서울 명동 근처에서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어서  주말이면 우르르 몰려가서 신나게 후라이드 치킨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학생신분이다 보니 맥주대신 사이다를 마시긴 했지만 말이다. 평소에 노는 동네가 명동이다 보니 명동에 있던 경양식집, 일명 '레스토랑'에도 미팅을 하러 몇 차례 친구들과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경양식집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메인 요리 전에는 수프가 나오는 것은 알고 있던 터라 미팅이 있는 날에는 양송이 크림수프 대신 야채수프(미네스트로니 수프)를 주문했다. 왜냐하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야채수프가 좀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호기롭게 주문한 야채수프는 대부분 그대로 남겼다. 약간 시큼한 맛에 야채들만 가득 들어간 야채수프가 익숙한 맛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분명 애들 입맛에는 안 맞는 맛이다.




끓는 물에 토마토를 넣어 콩카세(토마토 꼭지와 껍질을 벗겨 잘게 썰어 두는 것)를 만들고 베이컨은 끓는 물에 데쳐 기름기를 제거하고 사방 1.2cm로 자른다. 스파게티는 소금을 약간 넣고 삶아 1.2cm 크기로 썰고 마늘, 스트링빈스(껍질콩), 셀러리, 양배추도 같은 크기로 자른다. 파슬리는 곱게 다지고 면포에 꼭 짜서 별도의 그릇에 담아낸다. 


냄비에 버터를 녹인 후 다진 마늘과 양파를 볶다가 당근, 무, 셀러리, 양배추, 토마토(콩카세) 순서로 볶다가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고 신맛이 제거될 정도로 볶는다. 페이스트는 오래 볶을수록 맛이 좋고 잘 안 볶으면 '날카로운 신맛'이 날 수 있음으로 주의해야 한다.


치킨스톡 또는 물(2컵)과 부케가르니(월계수잎, 정향, 파슬리 줄기)를 넣고 중간불에서 은근히 끓여낸다. 끓는 동안 중간에 거품이 생기면 제거하고 어느 정도 졸이고 나면 부케가르니를 꺼내고 마지막에 완두콩, 스트링빈스, 스파게티면(자른 것), 베이컨을 넣고 끓인 후 소금과 검은 후추가루로 간을 한다. 수프를 완성그릇에 담고 파슬리 가루를 뿌려내면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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